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민련과의 관계설정에 애를 먹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소속 의원 이탈 움직임으로 와해설까지 나돌고 있긴 하지만 정치적 실체까지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선거 승리 이후 곧바로 의원 영입 등 세불리기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신중론이 다수이나 일각에선 공세적인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한 특보는 20일 “자민련 의원을 영입하면 당장 ‘거대 정당의 오만’이라는 비판이 비등할 것이 뻔한 만큼 오겠다는 의원이 있어도 말려야 할 형편이다”며 “이미 영향력을 상실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에 대해서도 ‘가만 놔두는’게 최고의 대책이다”고 말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더 적극적으로 자민련과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 국정조사와 TV청문회 등 각종 원내 현안에서 ‘정책공조’를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며 강경론을 주창해 온 김용환(金龍煥) 국가혁신위원장도 최근 “민심을 읽은 이상 무리할 필요는 없다”며 변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JP의 역할이 끝난 만큼 JP에 연연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 없다”며 강경론을 펴고 있다. 적지 않은 중진도 원 구성 문제와 관련, 자민련이 요구하는 부의장직과 상임위원장, 상설특위위원장 각 1석 등에 대해 “봐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진영은 자민련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별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상황이 급하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그동안 자민련과의 합당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지방선거 전 “대선 전략 차원에서 공조는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적이 있을 뿐이다.
노 후보 측 한 관계자는 “당면 과제는 8·8 재·보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자민련과의 공조는 재·보선에서 그다지 큰 변수는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청표의 이탈이 지방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반(反) 이회창 전선’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자민련과도 어떤 형태로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JP는 다음주 중 당직개편과 소속의원 토론회 등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하고, 외풍(外風) 차단에 나설 방침이다.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정당이 좀 어렵다고 그렇게 쉽게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이 우리를 흔들려고 시도한다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