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경기가 5월3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랑스-세네갈전을 시작으로 한일 양국에서 6월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월드컵 개최도시 가운데 하나인 울산도 5년 동안의 모든 준비를 끝내고 1일 덴마크-우루과이전과 3일 브라질-터키전을 치렀다. 21일에는 독일-미국의 8강전이 울산에서 열린다.
축구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90분간, 혹은 그 이상 끊임없이 축구공을 따라 달려야 한다. 그래서 축구선수는 다른 운동선수들보다 더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셔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울산이 월드컵 개최도시로 확정된 뒤 시민들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대기공해가 극심해 ‘공해도시’로 불리는 울산에서 과연 외국선수들을 초청해 월드컵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 확정되고 울산이 개최도시 가운데 하나로 결정된 이후 울산은 약 3000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새로 만들고 도로를 새로 뚫는 등의 시설준비 못지않게 청정공기로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일본 개최도시와 대기질을 비교해가며 많은 준비를 해왔다. 물론 검찰과 합동으로 대기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체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왔다. 행여나 월드컵 경기에 패배한 국가가 “울산월드컵경기장의 공기가 나빠 피로가 쌓여 제대로 뛸 수 없었다”고 하면 울산은 물론 한국의 망신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 등 일부 도시에서 월드컵 기간 중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존 등 대기공해가 없는 쾌적한 환경월드컵을 치르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이는 ‘전국 최고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들었던 울산이 이번 월드컵 기간 한 차례도 오존주의보가 발령되지 않고, 오히려 대기가 맑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비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첫째, 오존은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등이 태양광선과 반응해 생성되기 때문에 이러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과 자동차 주유소 세탁소 인쇄소 등의 사업주나 운전자는 자발적으로 오염물질 배출 억제에 동참한다. 경기장 주변 지역 주민들은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 범위에서 경기가 있는 날 차량운행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오존발생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 기업체 종사원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 상태를 수시로 점검한다.
셋째, 대기오염 배출농도가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월드컵 기간 중에는 생산량을 줄여서라도 배출농도를 줄인다.
넷째, 혹시 주문물량이 많아 생산시설을 100% 이상 가동해야 할 경우 대기오염 저감시설의 능력 초과로 다량의 오염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월드컵 기간에는 절대 피한다.
마지막으로 행정당국은 대기질 상태를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 모든 사업장이나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한다.
이 같은 일만 잘 추진된다면 공기가 나빠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말은 없을 것이고, 맑고 쾌적한 환경에서 월드컵 경기를 잘 치렀다는 세계인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수원 울산 보건환경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