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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탈북자 미국망명허용 입법 추진

입력 | 2002-06-21 10:04:00


미국 의회가 최근 심각성을 더해가는 탈북자 문제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나서 탈북자에 대한 망명 허용 및 인도적 지원 여부가 미국의 주요 외교현안으로 대두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상원 법사위 이민소위는 21일 아서 듀이 국무부 인구·난민·이주 담당 차관보와 연방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의 펠리스 개어 위원장, 탈북자 구호활동을 벌이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를 열고 탈북자 문제의 해결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등은 이날 청문회에서 탈북자들에게 미국 망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한 입법활동을 추진키로 했다. 이들은 미국이 매년 받아들이는 일정수의 국제 난민에 탈북자들을 포함시키고 이를 위한 세부 요건은 행정부가 마련토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종교자유위의 개어 위원장은 중국이 유엔난민협약 등 국제규범을 준수, 탈북자들을 북한에 강제송환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마크 스티븐 커크 하원의원은 20일 헤리티지 재단 연설을 통해 "미국은 탈북자들에게 임시보호지위(Temporary Protected Status)를 부여해 이들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TPS는 무력충돌 환경재앙 등으로 인해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외국인들에 대해 일정기간 미국에 체류하며 취업 등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1990년부터 시행된 TPS 제도의 적용을 받는 국가는 현재 엘 살바도르, 니카라과, 소말리아, 수단 등 9개국이다.

커크 의원은 이와 함께 탈북자의 90%는 한국이, 5%는 미국이, 5%는 일본 캐나다 유럽이 각각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무부가 망명신청은 미 영토 안에서만 가능하다며 외국의 미국공관을 통한 탈북자들의 망명신청을 사실상 불허키로 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의회와 행정부 간에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의원 및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의 경우 개인적인 망명사유를 따지지 말고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망명신청을 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하원과 상원이 14일과 19일 중국에 탈북자들의 강제송환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각각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탈북자 문제가 바야흐로 의회 전체의 관심사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워싱턴=한기흥 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