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왼쪽), 스페인 이에로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두 노장 간판 스타간의 한 판 대결이 또 다른 볼거리다.
34세 동갑내기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것도 4차례씩 똑같은 한국의 황선홍(가시와 레이솔)과 스페인의 페르난도 이에로(레알 마드리드). 포지션까지 최전방 공격수와 중앙 수비수여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벌여야 할 운명이다.
1988년 대표팀에 소집된 이래 14년간 국가대표간 A매치에 총 100차례 출전해 50골을 잡아냄으로써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해 온 황선홍이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맞닥뜨린 것은 두 번.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선 벤치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1-3으로 참패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고, 94년 미국월드컵에 출전해서는 2-2로 비겼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이 될 22일 세 번째 격돌에서는 반드시 한국 축구 4강의 기적을 이룰 축포를 쏘고야 말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컨디션은 최상. 폴란드와의 1차전에서 첫 골을 뽑아내 득점 감각도 좋은 편이다. 지금까지 한국팀이 치른 네 경기(387분) 중 세 경기(159분)만 뛰어 체력도 충분히 비축해 놓은 상태.
폭넓은 공간이동과 안정적인 볼 처리로 공격루트를 뚫어내는 노련미가 탁월해 히딩크 감독도 이번 대회에서 ‘배수진’을 친 그의 상승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이에로는 빈틈없는 판단력과 강력한 카리스마로 스페인팀을 이끌고 있는 ‘야전 사령관’. 공중전과 몸싸움에 능하고 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스가 자로 잰 듯 정확하고 날카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종 수비수이지만 가공할 킥 능력을 앞세워 기회만 생기면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하며 1989년 대표팀에 뽑혀 13년간 A매치 88경기 출장에 29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스페인이 자랑하는 특급 골잡이 라울 곤살레스보다도 한 골 많은 것. 이번 대회에서도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잡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기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어이없이 실점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아일랜드와의 16강전을 치른 뒤인 18일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힌 이에로는 “스페인을 대표해 88경기나 치렀다는 데 대해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가능하다면 결승까지 올라가 A매치 출장횟수를 91경기로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