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탈북자 문제 해결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 같아 반갑다. 미 상원은 탈북자들의 망명 허용과 북한 송환 중단을 중국 정부에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이어 어제는 법사위 이민소위에서 탈북자 청문회를 개최했다. 하원도 앞서 비슷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탈북자들을 합법적 난민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몇몇 의원은 임시보호지위를 부여해 전체 탈북자의 5%를 미국이 수용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 아이디어까지 제시했다.
미 의회의 움직임은 중국 공안의 한국영사부 무단 진입과 한국 외교관 폭행이라는 초유의 불상사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해진 탈북자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최근 탈북자들의 공관 진입을 통한 망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당파를 초월한 의회의 탈북자 문제 해결노력을 무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스르기 어려운 추세로 굳어진 탈북자의 망명 요구는 국제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이 시대의 짐이다. 중국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자가 적게 잡아도 수만명 규모로 늘어난 데다 공관 진입 등 망명을 위한 통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남북한 중국 이외에 관련되는 국가도 점점 늘고 있다.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솔로몬의 지혜’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국제 사회의 동참이 가장 확실한 해결방법이다. 비정부기구(NGO)와 개인의 해결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을 기근에서 구하기 위해 식량을 지원했던 것처럼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가 나설 때가 된 것이다.
유엔에서 탈북 문제를 국제적 의제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변화다. 정부는 국제 사회의 이런 변화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전향적 자세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