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기업체 등에서 22억8000만원을 받은 과정을 살펴보면 현직 대통령 차남의 ‘파워’를 뚜렷이 엿볼 수 있다.
홍업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 국세청, 예금보험공사 등 일반인이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국가 기관에 대한 청탁을 대가와 함께 받았다.
민정수석실의 내사 종결, 국세청을 상대로 한 세금 감면이나 모범 납세자 추천, 부도난 기업의 화의 인가, 채권은행의 부채 탕감 등에 관한 청탁이 측근들을 통하거나 홍업씨에게 직접 들어갔다.
김홍업씨 금품수수 및 청탁 내용구분제공자시기수수 내용주요 청탁 기관청탁 결과단독
범죄S판지 유모 대표2000년 2월모범납세자 추천 명목으로 1억원국세청모범납세자로 선정됨오시덕 전 주공사장2000년 9월내사 선처 명목으로 2000만원청와대 민정수석실내사 종결S건설 전모 회장2000년 9월∼2002년 2월금융기관 부채탕감 명목으로1억4000만원D종금 파산재단과 채권 은행부채 탕감
공모M사 정모 사장2000년 11월김성환씨와 함께 세금 감면 명목으로 1억7000만원국세청추징세액 감소 여부 조사중 평창종건 김모 전무2001년 8월김성환씨와 함께 신용보증서 발급 명목으로 1억원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서 발급S건설 전 모 회장99년 8월유진걸 김성환씨와 함께 화의인가 명목으로 10억원예금보험공사화의 인가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2000년 12월∼2001년 5월이거성김성환씨와함께 수사 무마 명목으로 7억5000만원서울지검불구속 기소합계7건99년 8월∼2002년 2월총 22억8000만원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비리는 대통령 아들의 부적절한 처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홍업씨는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 이거성(李巨聖) P프로모션 대표, 유진걸(柳進杰)씨 등 측근들이 ‘검은 돈’을 받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에게 기업의 청탁을 수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품 제공자들도 대부분 홍업씨나 측근들과 알고 지내거나 가깝게 지내던 인사들이다.
검찰은 홍업씨가 국가기관에 로비를 했는지를 밝혀낸 뒤 기소할 방침이어서 수사의 불똥이 전현직 국가기관 고위 공직자들에게로 튈 수도 있다.
실제로 홍업씨에게 전달된 돈은 ‘성공 사례비’의 성격이 짙어 홍업씨의 로비 의혹은 사실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홍업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내사가 종결된 뒤 오시덕(吳施德) 전 주택공사 사장에게서 사례비 2000만원을 받았고 M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끝난 뒤에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참고인들이 ‘홍업씨를 통하면 로비의 성공 확률이 100%에 가깝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홍업씨는 대가성 자금을 받을 때 통장과 도장을 함께 전달받거나 기업에서 세탁된 수표나 현금을 받는 바람에 검찰의 자금 추적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까지는 대가성 자금을 규명하는데 주력해 주로 홍업씨 주변의 개인 비리를 밝혀냈으나 앞으로는 대통령 차남 및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구조적 비리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홍업씨가 22억8000만원 이외에 측근 등을 통해 관리하거나 세탁한 돈을 포함해 의혹이 제기된 돈을 모두 합하면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홍업씨가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평화재단 행정실장 등을 통해 세탁한 28억원 중 상당 부분이 불법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금의 출처를 추적 중이어서 대가성있는 돈의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