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보안요원의 베이징(北京)주재 한국총영사관 난입 및 탈북자 처리문제로 한중 양국 정부간에 대치상태가 빚어졌다. 그동안 양국 관계의 발전을 향해서만 달려오던 두 나라의 대치상태가 다소 심각했다는 점에서 과거로 잠시 돌아가 현재의 양국 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와 중국 대륙은 지정학적 이유 및 양측 모두의 문화적 독창성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드문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다. 때로는 충돌하기도 했으나 큰 역사의 흐름은 양측이 상호 이해의 기반 위에서 함께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냉전기간의 단절을 지나 10년 전 이루어진 한중수교는 동북아의 역학구도를 바꾼 중대사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베이징 외교가의 한쪽에서 향후 한중관계는 1년 정도의 허니문 기간 뒤 2년째부터는 마찰을 빚을 것이고 3년째부터는 한국도 중국에 대한 외교카드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우리 외교관들은 한중 관계는 다르며 과거의 오랜 교류와 동양인 특유의 지혜를 발휘할 때 적어도 10년, 그 이상의 허니문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당시 우리 외교관들의 말대로 지난 10년간 양국 관계는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이미 중국은 우리의 제1의 투자대상국, 제2의 수출대상국이 되었고 작년에 200만명 이상(중국 측 통계)이 왕래했다. 정치면에서도 중국은 우리 대북포용정책의 강력한 지지국이며 양국 모두 각종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간에는 대만관계, 달라이 라마 방한 건, 마늘분쟁, 한국인 마약사범 사형 등 굵직한 문제들도 있었다. 다행히 그러한 문제들은 양국 정부와 국민의 감정을 근본적으로 상하게 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양측간에는 국제정치적, 지정학적, 경제적 이유로 양국 관계를 좀더 소중히 발전시켜야 한다는 근본인식이 바닥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식 때문에 우리 정부는 때때로 우리 외교가 중국에 대해 너무 약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중국 정부 내의 한반도문제 담당자들도 너무 한국과 밀착하고 있지 않느냐며 견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계화의 한편에서는 지역통합과 동일한 문화권 국가들간의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중 양국이 서로 협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쩌면 수교 10주년이 되는 해에 금번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 향후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 좋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한중 관계는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관계로 보면 될 것이다. 계속해서 서로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환상, 이로 인한 자기중심적 주장보다는 그동안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좀더 여유 있고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10년을 위해 양측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필자는 82년 주대만 한국대사관 2등서기관을 시작으로 87년 주싱가포르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 90년 주중국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 등을 거쳤다. 85년에는 중국 문화대학 대륙연구소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94년 외교통상부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동북아2과장을 맡았으며 중국어로 협상이 가능한 중국전문가다.
정상기 주일대사관 공사참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