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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스테디셀러]'열린사회와 그 적들 1,2'

입력 | 2002-06-21 19:12:00


◇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 2/칼 포퍼 지음 이한구 이명현 옮김/각 324쪽 402쪽 1만2000원 민음사

박정희 대통령이 죽고 서울의 봄으로 잠시 사상적 해빙기를 맞았던 80년대 초, 한국의 지식계는 연이어 등장한 군사 정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시 침묵의 터널로 빠져든다.

이즈음(1982년) 번역, 발간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헤겔 마르크스는 열린 사회의 적이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당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입장 차이에 따라 상반되게 읽혔다. 기득권층에게는 ‘마르크스의 허구성을 뒷받침 해 주는 이론적 틀’로, 또 마르크스 이론에 목말라 했던 좌파 이론가들에게는 ‘포퍼를 거쳐서라도 마르크스를 읽자’는 것으로 받아 들여져 베스트 셀러가 됐다.

칼 포퍼(1902∼1994)는 닫힌 사회 혹은 전체주의(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을 간섭 통제하는 사상 및 체제) 등을 주장한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같은 철학자들과는 달리 사회 전체의 급진적 개혁보다 점차적이고 부분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열린 사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공박했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방종이 아니다. 다수와 의견을 달리하면서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고 한 나라의 지배자를 비판할 수 있는 권리이다.

저자는 1945년 초판을 낸 뒤 다섯 번이나 개정판을 냈을 정도로 각별한 정성을 들였고 세계 지성사에 ‘비판적 합리주의의 태두’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그 적들’ 1, 2권이 총 10만부 넘게 팔리면서 사회과학서적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접하는 번역서는 방대한 주(註)가 빠진 ‘반쪽 책’이다. 원저에 붙어 있는 포퍼의 주는 단순한 인용처 표기가 아니라 딱딱한 본문과 비교해 자신의 견해를 대중화하기 위해 개인 생각을 대중적으로 담은 또 하나의 책이다. 본문 양의 약 3분의 2가량에 해당 할 정도로 방대하다.

비록, 개정판을 거듭하면서 일부 주석이 번역되긴 했으나 번역판 초판이 나온 지 20여년이나 흘렀는데도 완역판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대해 독자들의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출판사 관계자는 “초판 출간 당시 주석에 학술적인 내용이 많은데다 출판사 사정 때문에 이를 생략했었다”며 “올 가을쯤, 주석을 완역한 개정판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