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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오∼필승 코리아 판타지' 만들자

입력 | 2002-06-22 20:15:00


응원가도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것일까. 지금의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삼삼칠 박수가 익숙하다. 덧붙여 ‘빅토리, 빅토리 V-I-C-T-O-R-Y’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치어걸이 등장했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팀 등이 탄생하면서 응원의 열기도 한층 고조되었다. 응원가 가운데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4악장에 나오는 박진감 있는 멜로디를 행진곡풍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은 공식주제가 외에도 많은 응원가가 만들어졌다. 김덕수 사물놀이도 한국적인 음률을 기본으로 ‘월드컵 코리아 아∼헤∼허’를 만들었으나 일반에 알려지지는 못한 것 같다. 이밖에도 많은 응원가가 나왔으나 국민적 주제가로 뽑힌 것은 단연코 윤도현 밴드가 노래한 ‘오∼필승코리아’와 선율 없이 리듬만 살린 ‘대∼한민국’의 응원구호다.

‘오∼필승코리아’의 곡은 작곡가 없이 편곡자만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민중의 가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민요라고 한다면 국민의 염원이 국민찬가를 만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작곡가인 셈이다. 비록 짧은 한 마디를 응용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상상을 초월한 전파력을 과시하고 있다. 가정 직장 거리에 넘쳐 흥얼거리고 백화점의 마케팅 호재가 되고 있다.

지구촌을 상대로 상품을 팔려면 국가 차원에서 ‘오∼필승코리아’의 테마를 변주해 멋진 곡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이 삼연음부의 ‘따따다∼단’하는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테마로 시작하지만 탁월한 상상력이 인류의 명곡을 만들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의 월드컵 신화는 문화적 상상력과 결합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야 한다.

이번 응원가 ‘오∼필승코리아’나 ‘대∼한민국’의 첫 음이 모두 장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충분히 호흡을 하나로 응집하는 효과가 있다. 단순히 외치는 함성보다 절제되고 세련되어 부르는 즐거움이 넘친다. 지극히 단순한 멜로디, 3회 반복, 말미의 ‘오, 오…’ 하는 오락적 즐거움이 명쾌하게 결합되어 있다. 진리가 쉬운 것이 듯 이번 응원가에는 굴절된 역사, 왜곡된 현실을 초극하려는 한국인의 성숙한 문화원형의 에너지가 담겨있다.

권위주의시대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태극기의 변형패션을 보라. 젊은 세대의 분출된 에너지를 살리려면 정치권을 비롯한 기성 세대가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스포츠의 열기가 사라지기 전에 이를 국가에너지로 동력화해야 한다.

참가국의 국가나 민요를 넣어 세계인들에게 ‘오∼필승코리아 판타지’를 만들어 영원히 기억하게 하자. 그리고 세계로 뻗어 나갈 젊은이들에게 우리 문화의 본질과 서양문화의 이해를 통해 국제신사를 길러 내자. 당당하면서도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화의 역할이다.

탁계석 음악평론가·21세기 문화광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