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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스페인 "두 골 도둑 맞았다" "라울만 있었어도…"

입력 | 2002-06-22 23:16:00

스페인의 축구팬들이 승부차기에 패하자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슬퍼하고 있다.



‘붉은 물결을 타고 넘어라.’

22일 광주에서 월드컵 8강전을 벌인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주문. 이탈리아 포르투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와 같은 강호들이 줄줄이 탈락했기 때문에 스페인 국민의 기대는 컸다. 50년 이후 처음으로 4강 진출은 물론 우승도 못할 게 없다는 기대감까지 감돌았다.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도 이날 오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중단됐다. 모두 한국전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경기가 로이터통신이 미리 보도한 대로 경기 후반에 들어가면서 ‘피로 대 열광(fatigue vs fanaticism)’의 대결로 흐르다 결국 ‘무적 함대’가 붉은 물결에 휩싸여 좌초하자 스페인 국민은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52년 동안 4강에 진출하지 못한 징크스가 되풀이되는 순간이었다.

DPA통신은 이날 마드리드의 한 방송국 해설자의 말을 인용해 “스페인팀이 수많은 공격 찬스를 허비해 버렸다”면서 “경기에서는 이기고 승부에서는 지는 징크스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라울이 기용됐더라면…,”(축구 코치 후안 마누엘 리요)

스페인 국민은 골잡이 라울이 뛰었더라면 최소한 한두 골을 넣을 수 있는 경기였다고 안타까워했다.

패배의 충격은 심판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AFP통신은 스페인인들이 골을 ‘도둑’맞았다며 분격했다고 전했다.

TV 해설자들은 “이집트 주심 가말 알 간도르가 두 골을 무효화했고 미심쩍인 오프사이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한 해설자는 “이탈리아인들이 우리한테 이미 경고했는데 그들의 말이 옳았다”면서 “치욕적인 심판”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한 라디오방송 해설자는 “이날 패배는 공동 개최국과 경기를 하려면 치러야 할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8시반에 시작된 경기는 인구의 절반 이상인 최소한 200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AFP통신은 경기가 끝나자 스페인인들은 TV를 끄고 심판을 욕하면서 초여름의 아름다운 이베리아 해변으로 달려가 슬픔을 씻어냈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