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무적함대는 1588년 영국해군에 패했다. 당시 객관적인 전력(戰力)은 무적함대가 우위였으나 영국은 숙련된 수병과 소형이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함선 및 사정거리가 긴 대포를 바탕으로 승리를 낚아 세계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FIFA 랭킹 40위에 불과했던 한국팀이 포르투갈(5위) 이탈리아(6위) 스페인(8위) 등 우승후보로 꼽혔던 ‘무적함대’를 꺾고 4강에 올라 코리아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공식파트너(현대자동차 KT)와 공식공급업체(포스코 국민은행 대한항공 현대해상 금강고려화학 롯데호텔)로 참여한 기업뿐만 아니라 ‘붉은 악마’ 후원업체인 SK텔레콤 등도 전세계에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대자동차는 최소한 50억달러(약 6조1000억원)의 효과가 있었고 KT도 2조원 이상의 브랜드가치를 높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최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는 8조8000억원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코카콜라의 2000년말 브랜드가치 725억달러(약 94조원)의 9.3%에 불과하다. 당시 한국 거래소의 시가총액이 186조원이었다. 특히 작년 2월 시카고 세계오토쇼에서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월드스포츠카(프로젝트명 HDC6)는 ‘한국업체’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성능(본질가치)에 비해 20%나 낮은 가격을 받았다.
한국 안에서만 볼 때 브랜드가치가 높은 기업은 적지 않다. 애니콜 새우깡 박카스 신라면 EF쏘나타 등등….
이들 제품은 고객의 사랑을 받아 해당 업종에서 시장점유율이 1위이고 어느 정도의 가격 결정력도 갖고 있어 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블루칩(핵심우량주) 옐로칩(주변우량주)과 함께 브랜드칩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
하지만 월드컵 공식업체 가운데 포스코를 제외하곤 월드컵 기간 중에 주가가 5.0∼18.0%나 하락했다. 미국 증시불안으로 외국인 매도라는 유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증시)이 푸대접(코리아 디스카운트)을 받았던 것은 ‘싸구려’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월드컵 4강을 계기로 이런 싸구려 인식은 상당히 없어질 것 같다. 한껏 높아진 코리아 브랜드와 함께 한국 증시에서도 세계적 브랜드칩이 양산되기를 기대해본다.
홍찬선 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