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진입한 탈북자 24명을 데려오기 위해 외교통상부가 중국 측과 협상 끝에 내놓은 문건은 손상된 외교주권을 회복하지 못한 잘못된 합의다. 한중 간의 이번 합의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큰 탈북자의 공관진입을 해결하기 어려운 미봉책일 뿐더러 합의 자체에 더 큰 문제를 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써 한중 양측은 지난달 13일 중국 공안이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우리 외교관을 폭행하고 탈북자 원모씨를 강제 연행해간 사건의 타협점을 찾았다. 이는 탈북자 문제로 인해 한중관계가 더 이상 손상돼서는 안 된다는 공동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안의 한국공관 무단진입 및 외교관 폭행 사건에 대해 중국은 ‘6월13일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에서 발생한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는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과 외교주권 침해사건을 이처럼 애매한 용어로 호도하려는 중국의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중국은 공식적인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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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난 정부의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는 더욱 한심하다. 외교공관과 외교관 신체의 불가침권에 대한 피해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6월13일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양보다. 정부는 “도의적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했다”고 변명하나 폭행당한 쪽은 우리 외교관이지 중국 공안이 아니다. 똑같이 ‘유감’을 표명했으니 어느 쪽이 잘못했다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우리 정부는 며칠 전 주한 중국대사가 적반하장격으로 우리 언론에 유포한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셈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외국 공관이 탈북자들의 불법적인 제3국행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중국 측 입장에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표시해 두고두고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었다. 앞으로 중국 측이 탈북자의 외국 공관 진입을 봉쇄하기 위해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할 경우에도 우리 정부는 이해와 공감을 하겠다는 것인가.
중국 공안에 연행된 원모씨를 포함한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 국제적 원칙과 외교주권을 포기한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