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은 한 달을 끌어온 탈북자들의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일요일인 23일 오전 전격적으로 합의하고 곧바로 이들을 제3국으로 출국시켰다.
○…한국외교관 폭행사건 및 탈북자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양국은 22일까지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중국 측이 23일 오전 한국 측과의 협상에서 ‘외교관 폭행사건에 대한 포괄적인 유감 표명’과 함께 탈북자들을 제3국으로 보내겠다는 방침을 통보함으로써 급진전됐다.
이에 따라 탈북자들은 이날 오후 한국대사관에서 가까운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의 중국 공안사무실에서 간단한 신원조사를 받았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을 제3국으로 출국시킨다는 중국 측의 사전 보장을 받고 우리 외교관 3명이 배석하는 조건에서 중국 공안의 조사에 응했다”면서 “캐나다대사관에 들어갔던 2명도 같은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중국 측의 유감 표명으로 사건이 불만족스럽게 마무리된 데 대해 여론의 반응을 걱정하는 표정들이다.
한국 측은 “중국 측이 강제 연행해갔던 원모씨(56)까지 출국시킨 것과 향후 유사사건 재발시에도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키로 합의한 것은 한국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도 다른 외국공관의 전례에 따르겠다는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 측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총영사관 무단 진입과 외교관 폭행에 대해서는 끝까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내에서 반중 여론이 확산되고 국제여론이 중국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중국 외교부 측은 다소 신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공안부가 완강하게 반대하며 외교부에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소식통들은 “양국간 합의가 어정쩡하게 된 것도 중국 공안부의 입김 때문이었다”면서 “중국 외교부도 탈북자 제3국출국 처리문제와 관련해 공안부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3일 한국총영사관에 들어왔던 원모군(15)은 중국 공안에 강제 연행된 아버지(56)도 함께 출국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정말이냐”고 되묻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고 영사관 관계자들이 전했다.
관계자들은 “총영사관에 진입한 다른 탈북자들이 하루 세끼 식사도 잘하고 월드컵 축구 경기도 보는 등 비교적 잘 지냈으나 원군은 아버지가 끌려간 뒤 침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