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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본]한국열풍

입력 | 2002-06-23 19:22:00

한일 한마음 응원 [아사히 신문 제공]


22일 저녁 요코하마 기차역 앞 광장. 일본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있다 전단 뭉치를 든 사람이 나타나자 일제히 몰려들어 종이를 한 장씩을 집어들었다. 아사히신문 호외였다. 일본인들은 ‘한국 당당히 4강’이라는 타이틀을 뽑은 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등 등 전국 곳곳에 설치된 아사히신문사 부스에서는 경기가 끝나면 월드컵 관련 호외를 제작해 경기 결과를 바로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요코하마 역앞에 설치된 부스도 그 중 하나. 일본 젊은이들은 호외를 읽으며 저마다 “믿기 어렵다”는 탄성을 질렀다.

같은 시간 도쿄에 사는 오시테 시게루(32)씨는 핸드폰 메일로 친구에게 한국전의 결과를 보내고 있었다. 오시테씨는 ‘힘내라 코리아’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오시테씨는 다음달 휴가 때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요코하마 시내의 카페와 술집 입구에는 ‘월드컵 한국전 중계’라고 써붙인 안내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요코하마의 한 스포츠 카페에서는 한국전을 보러 온 젊은이들이 줄을 잇자 주인은 “한 사람이 한 가지 이상의 요리와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는 자리를 내줄 수 없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 이미 점심 식사를 한 축구팬들은 기꺼이 요리를 주문하고는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을 응원하는 쪽도, 스페인을 응원하는 쪽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의 관심은 ‘한국 축구’에 있었다.

월드컵이 개막할 때 일본인들의 관심은 당연히 일본 팀이었다. 일본의 선전으로 월드컵 붐이 일어나면서 다른 외국팀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본이 8강에 진출한 뒤 초점이 모아진 것은 데이비드 베컴의 잉글랜드팀이었다. 잉글랜드 다음은 브라질. 호나우두, 히바우두 등 세계적 스타들 덕분에 거리에서는 브라질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팀이 가장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됐다. 한국의 붉은 유니폼이 스포츠 용품점의 가장 앞쪽에 진열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응원도구도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도쿄 신주쿠의 코리아 타운에는 한국인과 한국을 응원하는 일본인 청년들이 함께 어우러졌다.

일본의 ‘월드컵 추진 국회의원연맹’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앞으로 한국의 남은 경기(준결승과 결승 또는 3,4위전)를 대형 화면으로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도쿄 올림픽의 주 경기장이었던 국립경기장은 일본인들에게는 역사적 상징물이다. 이곳에서 외국팀의 경기를 관전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 일본에서 화제의 중심은 단연 한국이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