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국내 수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됐다. 3월부터 베이징(北京) 주재 외국공관 진입이라는 새로운 과정을 거쳐 입국하는 탈북자가 급증하면서 올 들어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가 벌써 500명을 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1000명은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머지않아 탈북자 유입 사태(沙汰)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껏 100명 단위의 ‘귀순용사’에 대비했던 수용대책을 믿고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엄청난 수의 탈북자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비상상황까지 고려해 수용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충분한 사회적응 교육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수용능력 100명에 불과한 ‘하나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나마 교육기간을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해 탈북자의 사회 적응이 더욱 어려워졌다. 180도 바뀐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덜 된 탈북자들을 우리 사회로 내보내는 ‘위험한 실험’은 중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탈북자들을 과거처럼 인도주의와 동포애만으로 감싸려는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현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식적 숫자만 이미 2000명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공항에 도착해 감격해 하는 탈북자들을 보는 국민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그들을 냉전시대 귀순용사나 극소수 초창기 탈북자로 생각하기보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 나의 이웃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 인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무직자가 많고 취업을 해도 한 직장에 잘 정착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신분의 탈북자들을 기피하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주 미국 상원의 탈북자 청문회에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탈북자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탈북자 일부를 난민으로 인정해 미국이 수용하자는 제안을 한 의원들도 있었다. 정부도 북한과 정식으로 탈북자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