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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화제]“우린 社報로 떴어요”

입력 | 2002-06-25 17:24:00

제일제당 곽대석 팀장


기업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거나 사내(社內)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직원을 대상으로 만드는 사보(社報)가 ‘숨은 적임자’를 찾는 데도 한몫을 한다. 또 직원들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도 효과적인 매체다.

1999년 추석. 제일제당은 가장 멀리 고향길에 나서는 사람을 사보에 소개하기로 했다. 교통 정체가 없을 때도 새벽에 출발하면 어두워져야 도착한다는 곽대석씨의 고향은 전남 신안. 곽씨의 ‘고향가는 길’을 다룬 기사에서 당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 야간 석사 과정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게재됐다. 제약사업부에 근무하던 94년경 병원 조사를 다니면서 노인 환자들의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곽씨는 혼자 노인 관련 학회 세미나를 찾아다니고 책도 찾아보다가, 전문적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하고 96년 야간 대학원에 진학했다.

태평양 권현욱 과장제일제당 인사팀은 사보가 나간 후 99년 말 신설된 ‘사회공헌팀’의 팀장으로 곽씨를 발탁했다. 현재 곽씨가 운영하는 사회봉사 프로그램은 30여개. 250여개 기관에 식품류를 지원하는 푸드뱅크, 동티모르 생필품 지원 등 활발한 활동으로 지난해 제일제당은 대통령상, 곽 팀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화장품 업체 태평양의 권현욱 기획팀 과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유명인이 된 사례. 권 과장은 ‘태평양 엑셀러’로 통한다. 업무를 통해 익히게 된 엑셀 실력을 99년 7월부터 사내 통신망에 강좌로 연재했고 2000년 4월에는 인터넷(www.iExceller.com)에도 엑셀 강좌를 열었다. 지난해 9월에는 그 동안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직원들이 질의해온 내용에 대한 답변 등을 보완해 ‘엑셀XP 예제 활용’이라는 책도 출판했다.

한국EMC 정윤이씨지난해 여름, 스토리지 업체 한국EMC의 사보 ‘인포토피아’에는 검도복을 입고 칼을 휘두르는 여성의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지난해 초 ‘테크니컬 라이터’로 한국EMC에 입사한 정윤이씨가 그 주인공. 매뉴얼 소개서 보고서 제안서 등의 기술적인 용어들을 전문적으로 번역, 감수한다. ‘외유내강 프로페셔널’이라는 제목으로 사보에 소개된 후 ‘테크니컬 라이터’ 지망생들의 직업 상담 문의가 이어졌다. 그 해 정씨는 한국EMC에서 매월 뽑는 MVP상을 받기도 했다.

입사 직전까지 필리핀에 살았던 정씨는 필리핀에서의 중고등학교 시절 5년간 학교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검도 수영 배드민턴 인라인스케이트도 잘하는 만능 스포츠 우먼. 그는 “사보에 실린 후 함께 축구를 하고 싶다는 등 스포츠 모임에서 연락이 많이 와 혼자 사는 서울살이가 훨씬 즐거워졌다”고 귀띔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