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송이 한국의 월드컵축구 승전보를 방영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 주요 장면을 경기 닷새 뒤인 23일 밤 1시간용으로 편집해 녹화 방송했다. 이 방송을 통해 많은 북측 주민이 같은 민족을 응원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한국-이탈리아전 중계는 과거 북측의 행동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북측은 6월1일부터 거의 매일 밤 월드컵 경기를 녹화중계했으나 한국 미국 일본의 경기는 그 대상에서 제외해왔고, 예전에는 한국팀이 진 경기만 보여주는 게 관행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북측이 한국팀의 경기 내용을 중계하면서 “이번 승리로 (남측) 국민의 사기가 높아졌다”고 논평까지 덧붙인 것은 진일보한 자세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월드컵 대회와 같은 지구촌 화합의 축제에 남북한이 함께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팀의 선전을 일절 보도하지 않은 북측에 대해 서운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북측의 이번 조치는 남북한이 축구를 통해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나아가 이번 일로 국제사회에 한반도의 대립과 긴장이 상당 부분 완화됐음을 널리 알리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는 갈등과 반목의 벽을 허무는 훌륭한 도구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상대라도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 스포츠 교류는 정치협상이나 경제협력보다 성사되기가 쉬운 데다 일체감을 느끼는 심리적 효과가 더 크고 즉각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남북관계에서 스포츠 교류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월드컵 이후 남북관계의 진전에 청신호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특히 9월 남북 축구대표팀 간의 친선경기가 반드시 성사돼 월드컵의 감동이 남북 화합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