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73)이 생애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4일 중동 평화안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아라파트 수반의 퇴진을 공식화했기 때문. 중동 평화에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미국의 요구는 아라파트 수반에겐 엄청난 압력이다.
중동 평화 협상의 주역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 독립 운동의 상징. 52년 카이로 대학 재학시절 팔레스타인 학생연맹 의장을 맡으면서 독립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50년 넘는 투쟁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위기가 있었지만 ‘오뚝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먼저 2000년 9월 2차 인티파타(팔레스타인 봉기) 이후 이스라엘은 마치 안방 드나들 듯 요르단강 서안에 군대를 진입시켰지만 아라파트 수반은 아무런 대처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이스라엘이 독립을 향한 팔레스타인의 무장 저항을 테러로 몰아붙이며 압박했지만 아라파트 수반은 소극적으로 자폭 테러를 제지했을 뿐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엔 내부 지지도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 이후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흐메드 쿠레이 의회 의장이나 지브릴 라주브 등 후계자가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아라파트 수반의 카리스마를 대신할 인물은 없기 때문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