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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팔 독립국 3년내 창설”

입력 | 2002-06-25 18:05: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팔레스타인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면 3년 안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창설될 수 있도록 하고, 이스라엘은 궁극적으로 67년 중동전쟁 때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동평화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동 평화의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평화안에 대해 아랍국과 팔레스타인 측이 반발하고 있는 데다 국제사회도 아직 지지를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제조건이 많은 평화안이 순조롭게 굴러갈지도 의문이다. 뉴욕타임스는 25일 “(평화안의) 요구는 명확하지만 (중동 평화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평화안의 핵심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교체 요구다. 그동안 아라파트를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그의 존재를 인정해왔던 부시 대통령이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아라파트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대(對) 이스라엘 테러를 종식시킬 수 없다는 부시 행정부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아라파트 수반이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면서도 배후에서는 테러를 은밀히 지원해 왔다고 보고 있다.

이번 평화안은 또 쉽사리 접점을 찾기 어려운 많은 전제조건을 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자연히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향한 타임테이블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평화안을 발표하면서 1년6개월 안에 임시 국가를 창설하고, 3년 안에 독립 국가를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올해 말 실시될 선거에서 아라파트 수반이 실각하고 미국이 만족스러울 만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개혁이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면서도 4월처럼 즉각 철군을 요구하지 않았다. 또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해서도 추가 건설의 중단만을 요구했을 뿐 기존의 정착촌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아랍국가들에 대해서는 하마스, 헤즈볼라,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중동평화를 위한 팔레스타인의 독립보다 반(反) 테러 전선 구축에 중점을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미국의 중동 평화안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입장

미국 중동 평화안

팔레스타인 측 반응 및 입장

이스라엘 측 반응 및 입장

아라파트 수반 교체

민주적 절차 따라 당선. 교체 불가

이전부터 교체 요구

1년6개월 내 임시 국가, 3년 내 독립국가 출범

시기 빠를수록 좋아

테러 종식이 선결 과제

이스라엘군 요르단강 서안지역서 철수

모든 자치지역서 즉각 철수

안전 먼저 보장돼야 철수. 대대적인 대테러 군사작전 실시

국경선은 67년 이전 경계선 기준. 협상 거쳐 최종 확정

67년 이전 경계선이 국경 돼야

일부 정착촌 포함 철책 설치

▼이 “샤론 요구 반영” 희색▼

이스라엘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중동 평화안을 환영했다. 무엇보다도 아라파트와는 절대 협상하지 않겠다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부시 대통령의 평화안 발표 직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진정한 개혁을 실시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설 때 외교적 수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난 기신 정부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아라파트 수반을 선택하는 것은 테러 정책을 지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팔레스타인인들이 평화를 원한다면 이제 분명한 선택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또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에 비록 3년의 기한이 설정되긴 했지만 이는 테러의 종식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얼마든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출범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팔 “이軍 철수 빠져” 불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퇴진 요구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25일 라말라 청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동 평화안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창설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팔레스타인 지도자 선출은 팔레스타인의 독자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퇴진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팔레스타인 측 일각에서는 아라파트 수반의 제거 움직임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무력화 내지 이스라엘의 꼭두각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보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측으로서는 평화안 내용도 탐탁지 않다. 새로운 지도자 선출과 자치정부의 개혁 등 임시국가 출범의 전제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점,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군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점 등이 모두 불만이다.

대부분의 아랍권 국가는 부시 대통령의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퇴진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인이 뽑은 지도자로 다른 나라가 멋대로 가부(可否)를 말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