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는 정부 관계자와 탈북자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 탈북자 정책의 문제점, 중국체류 탈북자들의 인권문제, 제3국 탈북자 수용소 설립 방안 등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국제적 이슈로 비화되고 있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것.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특히 중국 주재 외국공관을 이용한 탈북자 기획망명 문제를 둘러싸고 참가자들 간에 논란이 벌어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박상봉(朴相鳳) 정책실장은 “기획망명이 탈북자문제를 국제적으로 이슈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정부가 이제는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탈북자의 난민지위를 인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피랍·탈북자 인권 시민연대’의 도희윤(都希侖) 대변인은 “기획망명은 더 이상 기댈 데가 없는 탈북자들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제3국에 탈북자를 위한 난민촌을 만드는 등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좋은 벗’들의 이승용(李昇龍) 간사는 “기획망명으로 인해 중국 내 탈북자들 중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그보다는 대북 식량지원 확대 등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탈북자들의 중국 내 장기체류가 허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중국은 탈북자들의 기획 망명 증가는 우리 NGO의 배후조종에 따른 것이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탈북자들의 인권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또 탈북자 지원 단체들의 과도한 활동이 중국 당국의 단속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 국내정착 지원금의 착취를 노린 브로커들이 급증하고 있는 점 등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NGO 관계자들은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계속되는 한 탈북자 문제도 계속될 것이므로 정부는 탈북자들의 인권 보장과 함께 대북 지원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