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청약접수가 시작되는 서울지역 6차 동시분양 아파트 중 대부분이 분양가를 과다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이 주축이 된 서울시 아파트 분양가평가위원회는 “서울지역 6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모두 10개 업체의 11개 아파트 중 9개 업체의 10개 아파트가 분양가를 과다 책정한 것으로 드러나 서울시에 통보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다시 관할 자치구에 전달해 자치구가 해당 건설업체에 자율 인하를 권고하게 된다.》
분양가 평가위원회는 공인회계사와 한국감정원, 주택사업자 등을 동원해 건설업체로부터 제출받은 분양가 명세서를 토대로 토지비와 건축비 등의 원가를 계산했다고 말했다.
평가위는 원가계산 방식으로 대지비의 경우 평당 공시지가×120%×대지지분/분양면적으로, 건축비는 평당 표준건축비×130%×25만원(대지조성비)으로 했다는 것.
▽건축비, 대지비 과다 책정〓평가위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동부센트레빌 49평형의 경우 평당 건축비가 원가의 176%이고 강서구 등촌동 다울아파트 30평형의 경우 181%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동작구 사당동 롯데 낙천대 아파트와 양천구 목동 동구햇살 아파트는 원가의 각각 155%, 150%에 이르는 등 7개 업체가 건축비를 과다 책정했다는 것.
대지비의 경우 서초구 방배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가 평당 2486만4000원을 책정해 원가의 196%였고 양천구 신정동 롯데 낙천대는 원가의 349%나 됐다. 이 밖에 마포구 망원동 휴먼빌은 284%, 양천구 신월동 대주파크빌은 259%에 이르는 등 7개 업체 8개 아파트가 대지비를 원가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분양가평가위원회는 “지금까지 업체 측이 대지비를 분양건물 기준으로 계산해온 관행은 폭리를 취하기 위한 눈가림”이라고 지적했다.
분양면적 32평형 아파트라도 실제 분양받은 사람은 그에 대한 토지지분인 10여평을 사는 것에 불과한데 업체들은 32평에 대한 대지비를 계산해 왔다는 것이다.
▽일반분양자에 사업비 전가〓평가위는 재건축아파트인 은평구 증산동 성림건설의 경우 일반분양자에게 사업비의 75%를 전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서초구 방배동 동부센트레빌은 광고선전비를 가구당 1133만원, 롯데건설의 경우 가구당 1020만원(신정동), 825만원(사당동)을 각각 책정했다는 것이다.
견본주택비로 30개월간 월 2000만원을 썼다는 업체도 있었으며 조합주택이 아닌데도 ‘이주촉진비’로 60억원을 책정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차 동시분양의 경우〓평가위는 이달 초 있은 5차 동시분양의 경우 15개 업체 중 11개 업체가 분양가를 과다책정한 것으로 지적했다. 이들 대부분이 분양가를 평당 6만8000∼24만1000원까지 내렸으며 서초구청은 이에 응하지 않은 현대건설과 대성산업을 국세청에 통보한 상태다.
소시모 김재옥(金在玉) 회장은 “현재의 아파트 분양가격의 평가기준 합리성과 투명성 보장을 위해 제7차 아파트 동시분양부터는 정형화된 분양신청서와 관련서류를 제출토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동시분양에서는 전체 1614가구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847가구의 아파트가 일반분양되며 29일 분양공고 뒤 다음달 4일 서울 무주택 1순위자를 시작으로 6일간 청약접수를 받는다.
▼“기타 비용 반영 안돼”▼
▽건설업계 반론〓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건축비의 경우 단순 건축비보다는 팔리는 아파트로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들이 상당한데 이 부분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또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는 사실상 조합 측이 결정하고 업체는 도급만을 맡고 있어 분양가 책정에 대해 책임을 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