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경기장서 승전보를 …'(사진:변영욱기자)
“전차군단을 꺾고 요코하마로….”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준결승전이 열린 25일, 전 국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독일을 꺾고 일본 요코하마(橫濱)로 가 월드컵 트로피를 가져올 것을 간절히 기원했다.
이날 서울 310만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거리응원 사상 최대 인파인 700만명이 경기 시작 10여시간 전부터 거리로 나와 붉은 물결을 이루며 열렬히 응원전을 펼쳤다.
4일 폴란드전 때 이후 이날까지 전국적으로 2025만명이 거리응원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경기가 열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이른 오전부터 어가행렬, 마칭밴드, 북청사자놀음 등 다양한 식전 행사가 벌어졌다.
부산에서 새벽에 올라왔다는 김선길씨(24·부산 서구)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응원하고 싶어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우리 팀이 전차군단을 넘어 요코하마로 반드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나건설 전 직원은 이날 아예 월드컵경기장으로 출근했다. 이 회사 진용환 사장(33)은 “하루 근무보다 우리 팀의 결승 진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 회원 2000여명은 경기장에서 ‘불타는 엔진’ 우리는 달려간다, 세계정복을 위해”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고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상암경기장 주변에는 30여만명의 시민이 마치 경기장을 에워싸듯 모여 힘차게 한국팀을 응원했다.
거리응원의 ‘메카’로 자리잡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와 서울시청 앞 광장 일대는 이날 각각 90만명의 시민이 몰려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대학생 이승연씨(24·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오전 9시에 왔다”며 “오늘은 한국 축구가 세계를 정복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거리에서 월드컵으로 인해 연기된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가 하면 기다리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수십권의 만화책을 갖고 오기도 했다. 고교생 김지수군(18·서울 D고 2년)는 “내달 초가 기말고사라 기다리는 동안 책이라도 보려고 준비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웃었다.
세종로 사거리와 시청 앞에는 ‘히딩크, 2006년에도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히)망찬 (동)방의 (구)세주’라는 ‘히동구’(히딩크 감독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꾼 것) 삼행시 등을 옷에 새긴 이색 응원전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에서는 이 밖에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10만여명, 잠실야구장 3만7000여명 등 거리응원 사상 최대인 310만여명이 거리로 나와 응원전을 펼쳤다.
설기현, 이을용 선수를 배출한 강원지역에서는 17만5000여명이 거리응원에 나섰다. 특히 강릉시에서는 월드컵 시작 이후 처음으로 시내 중심가인 한국은행 강릉본부 사거리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두 선수의 모교인 강릉제일고는 이날 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재학생과 지역 주민, 동문 등 1000여명이 모여 응원전을 벌였다.
또 최전방 지역인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에도 마을회관에 멀티비전을 설치해 지역 주민 400여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부산에서도 연제구 거제동 아시아드 주경기장과 부산역 광장, 해운대 해수욕장 등에 40만명의 시민이 모여 거리응원을 했으며 대구에서는 수성구 범어네거리 15만여명 등 6곳의 야외 응원장에서 35만명이 거리응원에 동참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 등 대전시내 유통업체들은 이날 폐점시간을 앞당기고 응원전에 동참했으며 대전여자정보고 등 6개 상업계 고교는 이날 오전 기물파손 금지 등 건전한 응원전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지역에서도 과천 서울경마장, 성남 제2운동장 등 거리 곳곳에 81만여명이 운집, 사상 최대의 붉은 바다를 연출하며 가열찬 응원전을 벌였다.
22일 스페인전 때 20만명이 운집했던 광주 금남로 전남도청 앞 광장은 오후 3시반부터 차량 진입이 통제된 가운데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응원 열기를 돋웠다.
한편 경찰은 미국전 85건, 이탈리아전 98건, 스페인전 227건 등 거리응원전이 거듭해 갈수록 안전사고가 급증함에 따라 서울 1만여명 등 전국적으로 3만6000여명의 경찰인력을 동원해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