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6강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에는 16강이 최대의 한계일 것이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가운데 최후의 승자가 나올 것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2 월드컵 본선 경기가 열리기 전 ‘월드컵과 경제’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렇게 전망했다. 이 리포트는 국가의 경제력과 축구실력의 상관관계를 논했다는 점에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전망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결과 때문에 오닐씨는 한국과 독일의 4강전을 하루 앞둔 24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골드만삭스측은 “오닐이 이번에는 4강팀 가운데 우승팀을 전망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그는 “우승국을 전망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지금 예측을 한다면 선택되지 못한 팀이 실망할 것이다. 다만 브라질과 한국이 결승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지난번의 예측이 ‘너무나도 빗나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시아 국가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일은 처음인 만큼 예측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들이 아시아의 날씨와 시차를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며 4주 이상을 ‘이색적인 문화’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논리는 맞지만 예상보다 개최지라는 변수의 힘이 컸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예측이 틀린 것에 대한 변명을 하기 위해 개최지의 특수성을 핑계댔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색적인 문화’라는 표현은 해석에 따라 지역과 문화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으로 들릴 우려도 있었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경제력과 월드컵의 상관관계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어서 틀렸다면 틀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더 좋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또 시장은 예측의 결과보다는 예측에 이른 논리를 중요하게 여린다.
예측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논리에 따라 미래를 말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 예측이 터무니없이 빗나갔을 때 인간의 한계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예의도 필요하다.
신석호기자 경제부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