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산 위기에 몰린 인터넷 음악파일(mp3) 공유 사이트인 냅스터가 없어진다고해서 사상 최악이라는 음반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CD에 기록하고 저장하는(‘굽는’) CD-RW 장치를 이용하면 음반이나 CD를 새로 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주문형 CD’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CD-RW 장치가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를 제치고 음반 회사의 새로운 ‘주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보도했다. 최근 음악팬들은 CD-RW를 이용해 음악 CD를 자신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옮긴 뒤, 그 중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한 장에 25센트에 불과한 빈 CD에 담아 자기만의 음반을 만든다는 것. 타임에 따르면 온라인에 접속해야하는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CD-RW의 ‘파괴력’은 더욱 강력하다는 것. 런던에 본부를 둔 음반산업국제연맹(IFPI)의 조사 결과, 지난해 전세계 음반 업계의 판매량은 전년도에 비해 6.5%나 떨어졌다. 이는 역대 최대 감소율로 그 액수는 17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음악팬들은 CD-RW와 빈 CD를 구입하는 데는 16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그래미 최우수 록보컬상을 받은 미국 록그룹 ‘린킨 파크’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480만장이 팔린 데뷔 앨범 ‘하이브리드 시어리’(Hybrid Theory)는 500만장 가량 CD-RW로 ‘구워져’ 음악팬들의 친구나 친지들에게 전달됐다는 게 음반업계의 전망이다.
물론 AOL타임워너, 소니 등 거대 음반사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들이 내놓은 비책은 발매하는 CD에 복제 방지 장치를 부착하는 것. 하지만 지난해 이 장치를 부착한 앨범 중 나탈리 임부르글리아의 ‘White Lilies Island’ 등은 일부 CD 플레이어에 심각한 결함을 일으키는 등 아직 기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더군다나 실리콘밸리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개발된 SDMI라는 복제 방지 장치는 미 프린스턴대 에드워드 펠텐 교수(컴퓨터학)에 의해 2주만에 해킹당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 래퍼 ‘척 디’(Chuck D)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제 CD를 사기 위해서만 레코드 가게에 가는 이들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대신 음반회사들은 음악팬들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척 디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Rapstation.com)를 통해 래퍼 4000여명의 음악파일을 복제 방지 장치없이 제공하고, 대신 이들 가수의 홈페이지를 링크해주거나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