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4강전이 벌어진 25일 오후 8시경 서울 종로구 종로1가 뒷골목. 100여명의 시민이 골목 안 주점에서 밖에 내놓은 20인치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이들은 이날 90만명이 메운 세종로 사거리의 전광판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못 잡고 돌아다니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
비록 큰길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응원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 외에도 이날 종로와 신문로의 골목 곳곳에서 TV를 가게 밖에 내놓은 편의점과 식당 앞에 수십명씩 모여 ‘골목길 응원’을 펼치는 장면이 목격됐다.
종로1가 골목의 주점에서 내놓은 TV로 경기를 보던 이원준씨(29·서울 강동구 천호동)는 “거리에서 보지 못해 서운하지만 골목 안에서도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말했다.
스페인과의 8강전이 열린 22일에도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대형 TV 앞에서 200여명의 시민이 모여 대로에 자리를 잡지 못한 안타까움을 열띤 응원으로 달랬다.
골목에서 응원하는 사람 중에는 전반전이 끝나고 거리의 시민이 화장실을 가는 틈을 타 자리를 잡기 위해 돌아다니는 ‘방황족(族)’도 많았다.
이들은 전반전 경기가 끝나기 10여분 전부터 길옆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뜨기만을 기다렸다가 재빨리 빈자리를 차지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