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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브리핑]“아쉽다 코리아” 네덜란드 탄식

입력 | 2002-06-26 02:04:00


25일 네덜란드는 한국이었다.

독일에 아쉽게 졌지만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도, 제2의 도시인 헤이그에서도, 거스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파르세펠츠에서도 오직 ‘코리아!’라는 함성만 들렸다.

○…네덜란드 일간지 NRC 한델스블라트 등 주요 언론들은 “결과가 어떻더라도 한국은 자랑스러워 할 자격이 있다”며 한국을 위로했다. 전국 주요 도시 카페 등에서 경기를 지켜본 네덜란드 축구팬들은 “심판이 시종일관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했다”고 흥분했다. 경기를 중계한 네덜란드 2TV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심판이 판정 시비를 너무 신경 써 도리어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하고 있다” “심판이 한국 선수들의 항의를 못 알아듣는 모양”이라며 판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 당시 200만명이 경기를 본 것으로 추산된 네덜란드에서 이번 경기는 두 배 이상의 국민이 관람했을 것으로 언론들은 추산했다. 400만명이 경기를 보았을 경우 전 국민의 4분의 1이 경기를 관람한 셈.

경기에 앞서 네덜란드 축구팬들은 한국 교민과 대사관 관계자에게 “다른 나라는 몰라도 독일만을 꼭 꺾어 달라”고 당부했었다. 2차대전 당시 중립을 선언했음에도 독일에 침공당한 기억이 있는 네덜란드인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이 축구로라도 구원(舊怨)을 갚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한국 대사관에는 “한국팀의 경기를 함께 관전하고 싶다”는 네덜란드인들이 몰렸으며 한국인 입양아 출신들도 몰려와 “조국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줄 몰랐다”고 흥분했다.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독일 국경 인근의 파르세펠츠 마을 주민들은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팀을 응원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팀이 석패하자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안타까워했다.

비에르체 카페와 카페 밖 공터에 모여 삼성전자 네덜란드 물류법인(법인장 임수택·林秀澤)측이 설치해 준 57인치 프로젝션 TV와 광고차량의 대형 브라운관을 통해 경기를 관람한 주민들은 “잘 싸운 한국팀이 진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원들과 함께 파르세펠츠에 가서 응원전을 벌인 임 법인장은 “프로젝션 TV는 히딩크가에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네덜란드 언론들은 “인구 60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 한국과 네덜란드를 연결하는 가교가 되고 있으며 이 마을의 히딩크란 성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파르세펠츠 마을을 집중 취재했다.

○…히딩크 감독의 형 한스는 경기에 앞서 네덜란드 일간지 파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한 것을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거스는 원래 행운아다. 우리 집안에서는 거스를 ‘운좋은(Lucky) 거스’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 히딩크 감독 동상을 세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상은 죽은 후에나 세우는 것으로 안다”고 웃은 뒤 “파르세펠츠에서는 이미 히딩크 가문의 이름을 딴 도로와 다리, 숲이 있다”고 자랑했다.

파르세펠츠(네덜란드)〓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