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골키퍼 이운재(29)의 '야신상' 수상 가능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옛 소련의 전설적 골키퍼 레프 이바노비치 야신을 기리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94년 제정한 야신상은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는 상.
이운재와 올리버 칸(독일)의 대결로 수상 구도가 압축된 가운데 이운재가 1골을 내준 반면 칸은 무실점과 함께 팀이 결승에 올라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순히 실점만 놓고 보면 두 선수가 나란히 6경기씩을 치른 26일 현재 이운재는 3골(경기당 실점률 0.5)을 내줘 1골(0.167)만을 허용한 칸에 뒤져있다.
그러나 유효 슈팅수 당 실점률을 놓고 보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무려 31개의 유효 슈팅에 노출, 토니 실바(28개. 세네갈)를 제치고 이 부문 1위가 된 이운재는 이 가운데 3골을 내줬지만 칸은 21개의 유효 슈팅 중 1골을 허용, 이운재가 약 0.097골, 칸이 약 0.048골로 그 격차가 훨씬 줄어든다.
특히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낸 수(Saves)에서는 이운재가 26개로 칸(18개)을 단연 앞설 뿐 아니라 데이비드 시먼(19개. 잉글랜드) 등 2위 그룹도 멀찌감치 따돌렸다.
출장 시간에 있어서도 이운재는 596분으로 1위를 기록, 2위 칸(540분)보다 실점을 할 위기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즉 한국의 전력이 아직 세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능력으로만 볼 때는 이번 대회 들어 이운재가 최고의 골키퍼로서 손색 없는 활약을 펼쳤다는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이운재는 비록 1골을 내주긴 했지만 수차례나 골로 연결될수 있는 슈팅을 막아낸 반면 칸은 이날 따라 한국이 날카로운 공격을 펼치지 못한 덕을 본 셈이어서 대조를 이뤘다.
98프랑스대회 때는 우승팀 프랑스의 파비앵 바르테즈가 이 상을 받았지만 94미국대회 당시 16강에 그쳤던 벨기에의 미셸 프로이돔메가 초대 수상자 였다는 점에서도 이운재의 수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히려 이운재는 소속팀이 결승에는 못올랐지만 칸과 마찬가지로 3,4위전을 포함해 7경기를 치를 수 있게 돼 프로이돔메보다 조건이 훨씬 유리하고 개최국을 4강에 견인한 골키퍼라는 이점도 있다.
만약 칸의 실점과 함께 독일도 준우승에 그친다면 이운재의 야신상 수상 가능성은 매우 유력해지고, 만약 독일이 우승한다고 하더라도 이운재가 3,4위전에서 선방할 경우 마지막까지도 희망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