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도 태극기 응원 - 사진제공 롯데호텔
한국의 축구 국가대표선수들은 25일 독일과의 월드컵 준결승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경기에서는 졌다. 하지만 세계 유수 언론들은 한국팀이 결승진출을 다툴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보냈다.
한국 선수들의 불굴의 의지와 한국인들의 열렬하고 질서정연한 응원은 또다시 한국에 대한 찬사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일간지 콤파스는 26일 ‘Kamsa Hamnida, Korea(감사합니다, 한국)’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에서 “한국으로 인해 아시아 축구 위상이 올라갔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들은 최후까지 용감했다.”
26일 일본의 유명한 스포츠저널리스트인 가네코 다쓰히토는 한국팀이 유럽의 거인을 상대로 당당하게 겨룬 사실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비록 한국팀은 졌지만 독일팀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며 “그들이 최후까지 분투한 사실을 세계는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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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한국이 밀어붙여 붉은 선풍이 세계에 불었다”(아사히신문) “한국은 완전연소할 때까지 독일을 밀어붙였다. 비록 결승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아시아 첫 4강진출 쾌거는 빛이 바래지 않는다”(요미우리신문)며 앞다퉈 한국팀의 선전을 전했다.
한글제호 네덜란드 신문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월드컵은 한국에 무한한 긍지와 단합을 가져왔고 승리에 허기진 한국인의 정신을 전세계에 보여줬다”면서 “오늘밤(25일)은 분명히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한국팀이 거둔 매혹적인 더 큰 업적을 가릴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인민일보는 “한국은 비록 경기에서 졌지만 진정으로 이겼다”면서 “국민은 한 마음으로 뭉쳤고, 선수들은 강인한 의지와 단결 정신을 보여주었으며, 대회 준비와 조직은 치밀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인민일보는 또 “독일과의 경기에 700만명의 붉은 물결이 선수들을 응원함으로써 한국인은 진정한 축제를 즐겼다”면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 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 축구실력에 대해 계속 비난을 퍼부어왔던 중국의 북경청년보는 25일 “심판의 오심에 대한 흑막을 한국선수나 히딩크 감독에게 연결시키는 것은 타당성이 결핍된 것”이라면서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오심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썼다.
TF1 방송과 일간지 르몽드, 스포츠전문지 레퀴프 등 프랑스 언론들은 독일이 마침내 한국의 눈부신 활약에 제동을 걸었다며 경기내용으로 볼 때 한국은 준결승 진출팀으로서 하나도 손색이 없었다고 칭찬했다.
TF1 방송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넷에 올린 해설에서 “한국 선수들은 이 팀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뛰어난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골키퍼 이운재 선수를 독일의 수문장 올리버 칸에 버금가는 세계적 선수로 평가했다.
독일의 환호 - 베를린AP연합
각국 언론들은 이번 월드컵이 한국 축구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을 뿐만 아니라 대회기간 중 국민적 일체감을 통해 국가적 자긍심을 한껏 드높인 소중한 계기였다고 전했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26일 “지난 한달간 한국인을 보면 무언가가 바뀌려고 하는 태동과도 같은 것을 느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월드컵으로 한국이 하나가 되었다”면서 “52년 전 한국전쟁으로 1000만명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에서 ‘하나’라는 말에는 무거운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축구는 민족의 자존심”이라며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 있던 사람들은 축구로 일본인을 제압함으로써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했다”면서 한국팀 투혼의 배경을 분석했다.
캐나다의 일간지 토론토 선은 25일 “국수주의는 종종 추해지고 배타적으로 흘러 일부 유럽 국가에서 흔히 보이는 극단적인 행동을 낳고 있지만 한국에서 분출된 애국심은 거만한 국수주의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피땀 흘려 승리를 준비해온 한국인들은 그들의 승리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는 점에서 구미식 남성중심의 거친 응원과는 달랐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불굴의 투지와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그들만의 ‘풍격(風格)’으로 유럽의 전통 강호들을 물리쳤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이어 “한국과 비교할 때 중국의 풍격은 과연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면 중국 축구팬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 축구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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