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충고 겸허히 수용' - 안철민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26일 시민사회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 ‘지도자의 결단’을 강조함으로써 그동안 논란의 영역에 머물던 ‘DJ 차별화’가 실행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그동안 노 후보는 DJ와의 차별화 문제에 대해 “‘인간 노무현’과 ‘지도자 노무현’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말로 곤혹스러움을 나타내왔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에 머물렀을 뿐 김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하는 일은 극도로 자제했다.
노 후보는 또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탈당이나 아태재단 해체 문제 등 김 대통령과 일정한 선을 긋는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해왔다.
‘과거 청산’ 문제는 당에 맡기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노 후보 자신은 ‘부패청산 프로그램’이라는 미래의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쪽에 주력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노 후보는 이날 부패청산프로그램이라는 말 대신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죄 프로그램’을 내놓겠다”며 과거 청산 문제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후보의 이같은 생각은 21일 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때에도 그 일단이 드러났었다.
당시 노 후보측은 “아태재단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가 없었다”며 사과내용에 불만을 표시했었다.
물론 노 후보측은 “오늘 노 후보가 말한 것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현안에 대해 민주당이 능동적으로 수습안을 마련해서 책임지는 조치를 취하고 적절하게 상황을 매듭짓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한 측근은 “노 후보는 다름아닌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이며, 민주당의 결단은 바로 노 후보의 결단이다”고 말해 노 후보가 민주당 지도부에 보다 강도 높은 과거 청산 조치를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후보는 나아가 민주당이 ‘탈(脫)DJ’ 문제에 있어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방안까지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