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경기 연천군 제5사단 사령부 초소에서 숨진 서울대생 한희철(韓熙哲·당시 22세)씨가 신군부의 ‘녹화사업’(민주화운동 학생들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하는 것) 과정에서 받은 가혹행위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이에 따라 그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씨의 유서 등으로 비추어볼 때 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그는 당시 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 조사과정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죄책감 때문에 숨졌으므로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에 의한 의문사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규명위는 “한씨는 당시 녹화사업 대상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던 보안사에서 5일 동안 감금된 채 민주화운동 동료들에 대한 진술을 강요받았다”며 “그가 유서 말미에 ‘전두환(全斗煥) 보안사령관 귀하’라고 쓰는 등 자신의 죽음으로 보안사의 불법적 인권 유린을 고발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희철씨 사건은 진상규명위가 의문사로 인정한 4번째 사건으로 자살로 판명된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위가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