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로 꼽혔으나 2회전에서 잇달아 탈락하며 수모을 당한 안드레 아가시(왼쪽)와 피트 샘프러스가 착찹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윔블던AFP]
윔블던 신화에 도전한 이형택(삼성증권)이 강서브 앞에 무릎을 꿇었다.
27일 영국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남자단식 2회전. 한국 남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윔블던 1회전을 통과한 이형택은 23번 시드의 강서버 그레그 루세드스키(영국)에게 1-3(1-6, 4-6, 7-5, 2-6)으로 아쉽게 패했다. 이형택은 가장 빠른 서비스 기록(시속 238㎞)을 갖고 있는 루세드스키의 리턴에 애를 먹으며 고전했고 18개의 에이스를 내줬다.
이변의 돌풍이 거센 윔블던은 이날은 ‘챔피언의 무덤’으로 변했다. 이 대회에서 7차례나 우승한 ‘미스터 윔블던’ 피트 샘프러스(미국)는 2회전에서 세계 145위의 무명 조지 바스틀(스위스)에게 2-3(3-6, 2-6, 6-4, 6-3, 4-6)으로 석패해 탈락했다.
92년 우승자인 안드레 아가시(미국)도 아내 슈테피 그라프가 안타깝게 지켜보는 가운데 세계 67위인 태국의 파라돈 스리차판에게 0-3(4-6, 6-7, 2-6)으로 완패, 가방을 꾸렸다.
2번 시드로 2000년 US오픈 챔피언인 마라 사핀(러시아) 역시 세계 64위로 자신보다 키가 28㎝나 작은 1m65의 올리비에 로커스(벨기에)에게 1-3(2-6, 4-6, 6-3, 6-7)으로 무너졌다. 1회전에서 친형 크리스토페를 꺾고 2회전에 진출했던 로커스는 “처음 대진표를 받았을 때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아마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가 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역대 최고인 4만2457명의 관중이 몰려든 이날 다윗이 골리앗을 줄줄이 쓰러뜨린 것.
남자와 달리 여자단식에서는 강호들의 순항이 이어졌다. 2번 시드 세레나 윌리엄스와 3번 시드 제니퍼 캐프리아티(이상 미국) 등 톱스타들이 가볍게 3회전에 안착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