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의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정부 대응은 안이하다는 느낌이다. 미국 경제의 불안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과 서민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도 정부는 월드컵 분위기에 들떠 있는 모습이다.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나 ‘포스트 월드컵 대책’은 당장 발등의 불이 된 경제 현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우리 경제는 한때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아직 뒷마무리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156조원이 소위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금융부문에 들어갔고 이 중 69조원이 회수 불가능하게 됐다. 국민은 한 사람당 100만원 이상 세금을 더 내야 갚을 수 있는 빚덩어리를 안게 된 것이다.
엄청난 재정부담을 피할 수 없는데도 정부는 “기업과 이자소득자, 정부가 부담할 것”이라며 일반 국민은 부담이 거의 없다는 식이다. 정부는 그런 낙관론보다 국민이 부담할 몫을 정확히 밝혀 경각심을 높이는 태도를 보였어야 옳다. 그것이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는 지름길이다.
그나마 경제상황이 나아져야 빚을 갚을 수 있는데 주위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저금리에 의존한 인위적 부양책으로 버텨온 경기는 미국경제 불안, 달러가치 하락과 원화절상, 수출부진, 물가상승 등의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에 내수가 안정되고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되어 연간 6%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재정경제부의 전망은 설득력이 약하다. 소비 투자 수출 등 어디에서도 성장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12월 대통령선거를 감안해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초점은 한참 빗나갔다.
월드컵 열기를 확산시킨다는 ‘포스트 월드컵 대책’도 들뜬 분위기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졸속으로 발표할 일이었나. 그렇게 서둘러 만들어진 장밋빛 대책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과연 대규모 해외경제설명회를 열고 프로축구단을 대폭 늘리는 일이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