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응원단과 함께 나란히 선 여영규 교수(왼쪽). - 전주=김광오기자
“파라과이팀 응원하랴, 통역 자원봉사하랴, 외국손님들 안내하랴, 학교 강의하랴 지난 한 달을 정말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전북 전주 기전여대 여영규(余泳圭·40·임상병리학) 교수는 월드컵 기간에 전주 파라과이 서포터스(응원단) 부단장으로 파라과이팀 응원을 주도했고 파라과이팀의 경기가 없는 날엔 영어통역 자원봉사자로 본부석 주요 인사(VIP)들의 안내를 맡았다.
또 파라과이에서 온 관광객과 예술단, 주한 대사관 직원들의 관광과 숙소를 주선하고 집에 초청해 한국 문화와 훈훈한 정을 전하는 민간외교관 역할까지 했다.
월드컵 이전에는 축구장에 한번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없었던 그가 이번 월드컵에 참여하게 된 것은 20여차례 해외 배낭여행을 하면서 부럽게 느꼈던 유럽 여러 나라의 자원봉사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
여 교수는 3월 전주시에서 외국팀 서포터스를 모집하자 학교 측을 설득해 학생과 교직원 500명으로 파라과이 서포터스를 구성했고 학교 측은 서포터스 전원에게 월드컵 경기장 2등석 입장권과 파라과이팀 유니폼을 구입해 주었다.
그는 7일 전주에서 열린 파라과이 경기뿐만 아니라 부산과 제주도까지 파라과이팀을 따라 다니며 응원했다.
그와 서포터스의 응원 장면은 파라과이방송과 신문에 여러 차례 소개됐고 이를 본 1만2000여명의 파라과이 거주 한국 교포들이 기전여대 서포터스 홈페이지에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파라과이 사람들과 맺은 인연. 월드컵을 전후해 전주를 6차례나 방문한 아발로스 히메네스 주한 파라과이 대사(43)를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대사 가족과 함께 특별히 구입한 80인치 TV로 축구경기를 시청했다.
다음달 열리는 프로축구 개막전에 가족과 함께 가기로 예약할 만큼 축구광이 된 그는 “선진국일수록 자원봉사제도가 활성화돼 있다”며 “내가 직접 실천해봤기 때문에 앞으로 학생들에게 자신있게 자원봉사를 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