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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바다에서 건진 미사일

입력 | 2002-06-27 18:52:00


일본이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열심히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해상보안청 소속 대형 순시선의 지휘에 따라 유인 잠수정 등 첨단장비를 갖춘 구조선 여러 척이 동중국해의 바다 밑을 뒤지는 중이다. 일본 본토에서 390㎞나 떨어진 곳이고 수심은 90m를 넘는다. 파도가 높은 망망대해여서 잠수정을 타고 내려간 잠수부들이 어망 등 장애물을 제거하고 해저에 가라앉은 ‘보물’을 케이블로 묶는 데 한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남의 나라 바다 밑에서 찾고 있는 보물은 수백년 전의 도자기나 금괴 같은 종류가 아니다. 작년 12월 일본이 격침시킨 ‘괴선박’이 목표다. 일본 정부는 잠수부들의 자맥질로 로켓포, 대형 기관총, 자동소총 등을 찾아냈다고 밝히더니 엊그제는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구소련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까지 인양했다는 소식을 흘려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과연 괴선박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안에 얼마나 굉장한 것들이 들어있기에 일본이 이토록 열을 올릴까.

▷괴선박을 인양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집요했다. 일본은 자국 EEZ 진입을 거부하는 중국을 끈질기게 설득해 수중카메라 조사와 잠수부 탐사작업을 차례차례 허가받아 배를 인양해야 할 근거를 착착 마련했다. 일본과 미국의 협력도 눈에 띈다. 미국은 괴선박이 등장할 때부터 일본에 관련정보를 제공했고 일본과 중국의 협상이 시작되자 격침된 것과 같은 형태의 배가 중국 상하이 남쪽 군항에 정박중인 장면을 찍은 인공위성 사진까지 일본에 제공해 협상카드로 활용하게 했다. 중국은 결국 지난주 양국 회담에서 선박 인양에 동의했다.

▷괴선박은 북한의 공작선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인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돈도 문제가 안 된다. 인양하는 데 무려 59억엔(약 590억원)이 든다고 한다. 1000t급 순시선을 건조할 수 있는 돈이다. 중국에 대한 보상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인양작업으로 인한 어업자원 및 해양환경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액수는 피해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으나 중국이 푼돈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협력금 명목으로 1억엔을 예산에 반영했다. 일본과 미국이 주연과 조연으로, 중국이 돈에 매수된 엑스트라로 참여하는 인양작업에는 동아시아의 미묘한 갈등구조가 담겨 있다. 그 결과가 북한을 옭아매는 사슬이 될지 궁금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