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대표팀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이 강하다/루스벨트 토머스 지음 채계병 옮김/367쪽 1만3000원 이지북
거스 히딩크의 탁월한 지도력만으로 한국 축구가 4강에 올랐다? 물론 정답은 ‘아니오’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한국 선수들이 잘 따라주었기 때문”에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선수를 과학적으로 훈련시키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혜안을 가진 감독과 선후배 가릴 것 없이 하나 된 모습으로 상대를 압박한 선수들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원동력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이 강하다’는 이처럼 나와 다른 사람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 개인과 기업의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역설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짧은 우화는 흥미롭다.
기린의 집에 놀러간 코끼리는 낭패를 당했다. 좁은 문을 통과하다 문이 부서졌고, 오르던 계단이 무너졌다. 기린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코끼리는 “내 집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려 했다”고 변명한다. 기린이 “에어로빅으로 몸을 줄이고 발레 교습을 받아 발끝으로 가볍게 서는 방법을 배우라”고 조언하자 코끼리는 이렇게 말한다. “기린을 위해 지어진 이 집이 현실적으로 코끼리인 나에게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린은 공간을 소유하고 규칙을 만드는 ‘주류’이다. 반면 코끼리는 기린의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주류’이다. 주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갖고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대처한다. 반면 비주류는 자신의 생산성이나 공적이 과소평가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과연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
‘다양성…’의 저자 루스벨트 토머스는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즉, 각양각색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CEO(최고경영자) 중심의 1인 경영체제에서 벗어나 직원들의 ‘다양성’을 효율적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
이 책의 핵심은 다양성 관리이다. 조직의 모든 개인들이 바람직한 조직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모두의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상호 관점을 인정하는 것. 저자는 회사 책임자의 이상적인 모델을 이렇게 소개한다. “20∼50대인 부하직원과 친구처럼 친해지지 못하더라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게 지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같은 혼합 속에서 다른 생각과 성장배경 등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은 솔직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직원들을 이해시킬 줄 알아야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 부하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조직활동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릴수 있어야 한다.
다양성 관리는 조직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편의나 관례를 구별하는 등 행동 근거를 분명히 해야하며,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사람과의 차이점을 수용하고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된다.
다양성은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 못지않게 유사성을 포함한다. 유사성은 협력과 단결을 고무하고 조직과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물론 유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성 약화와 창조성 및 활력의 둔화를 경계해야 한다.
이 책은 우화와 여러 가지 형태로 다양성에 성공한 11명의 사례를 통해 기업과 개인 모두가 갖춰야 할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또 개인의 다양성 성숙지수 색인을 첨부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지식과 수용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금 기린이든 코끼리든 열린 사고를 갖고 개개인의 장점을 살린다면 누구나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