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 때마다 악명 높았던 훌리건들이 이번엔 왜 없었을까?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 월드컵 특집면에서 “이번 월드컵의 특징은 씨끌벅적한 응원 열기 가운데서도 한 번도 불상사가 없었다는 점”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훌리건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원인으로 이 신문이 손꼽은 것은 점잖은 아시아 문화와 손님을 따스하게 대하는 두 나라의 전통. 한국과 일본의 20개 개최 도시마다 방문하는 팀을 위해 응원부대를 구성, 열렬히 응원해주는 상황에서 폭력난동(hooliganism)이 설 자리가 없었다는 것. 신문은 특히 수백여명의 한국 축구팬들이 외국 팀을 위해 그 나라 응원복까지 입고 나와 응원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훌리건들이 멀리 떨어진 한국과 일본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원인의 하나로 꼽혔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수천,수만명의 훌리건들을 몰고 다니는 팀들이지만 이번엔 수백명 수준에 그쳤다.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가장 우려했던 경기는 7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렸던 잉글랜드-아일랜드 전. 양국에서 몰려온 축구 팬이 천여명을 넘은데다 양국 관계 역시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치러진 이날 경기는 1-0으로 잉글랜드 팀의 승리. 그러나 예상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한국의 ‘붉은 악마’들의 응원 물결. 파이낸셜 타임스는 “6만여명의 한국 축구 팬들이 모두 똑같은 붉은 옷을 입고 나와 한 박자도 틀리지 않는 함성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세계 축구 팬들의 뇌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中언론 한국혹평 앞장 서양의 노예 노릇했다”▼
세계언론들이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극찬하는데 반해 중국은 한국을 혹평하며 서방축구팀들을 위해 눈물까지 흘리는 등 ‘서양의 노예 노릇’을 했다는 논평이 홍콩신문에 게재됐다.
홍콩의 경제 일간 신보(信報)는 28일 ‘오호 애재라! 서방 축구팀 위해 훌쩍이는 중국인’ 제하 칼럼에서 국제사회가 한국팀에 찬탄과 경이에 가득찬 반응을 보일 때 중국의 반응과 매너는 달랐다며 이같이 논평했다. 다음은 이 칼럼 내용 요약.
“중국의 TV나 신문, 인터넷 포털들은 마치 한국에 원한이 사무친 듯했다.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게 왜 한 골을 넣어주지 않느냐’고 한국팀을 꾸짖은 CCTV의 해설가 H씨의 수준 낮은 논평을 들으면서 수억 축구팬들이 이처럼 유치한 해설위원으로부터 ‘사회주의 초급단계의 축구 지식’을 전수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치밀었다.
CCTV 프로그램 사회를 맡았던 L씨는 한국-스페인전 후 허둥거리는 태도로 ‘남한은 아시아를 대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13억 중국인들을 대표하는 CCTV가 왜 이처럼 자질이 떨어지는 인물들에게 해설을 맡겼을까.
이웃 국가를 해코지하는 이들이 미디어를 장악해 서양의 노예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닌가. 22일 홍콩 센트럴의 한 주점에서 스페인-한국전을 지켜봤을 때 술집에 모여 있던 아시아인의 90%는 한국을 열렬히 응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