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휴스턴의 악령’이 붙은 것인가.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사진)이 지난해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5차전을 떠올리게 하는 이틀 연속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2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
전날 2점홈런 2개를 연거푸 내줬던 김병현은 이날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통한의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얻어맞고 올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끝내기 만루홈런은 데뷔후 처음이며 그랜드슬램은 지난해 9월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8회말 레이 랭포드에게 맞은 후 두 번째.
김병현은 출발부터가 좋지 않았다. 첫 타자인 대타 호세 비즈카이노의 땅볼을 3루수 크레이그 카운셀이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시켰지만 휴스턴의 지미 윌리엄스 감독이 세이프라며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하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어깨가 식어버린 김병현은 크레이그 비지오를 볼넷, 랜스 버크만을 몸에 맞는 공으로 연속 출루시켰고 제프 배그웰의 타구는 유격수 토니 워맥이 글러브에서 공을 빼지 못해 내야안타를 내줘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김병현은 이어 대릴 워드를 3구 삼진으로 잡아 자신의 첫 20세이브를 눈앞에 둔 듯했지만 그렉 자운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인 2-0에서 던진 직구가 오른쪽 펜스를 넘어가는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연결돼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로써 김병현은 시즌 첫 패와 함께 이틀전 1.22였던 평균자책이 2.58로 치솟아 사흘후인 7월1일 발표되는 올스타 선발도 불투명한 상황에 내몰렸다.
한편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는 다음날인 29일 오전 9시5분 공교롭게도 김병현을 두 번 울린 휴스턴을 홈으로 불러들여 시즌 4승에 도전한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