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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사설]정부 北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라

입력 | 2002-06-29 18:39:00


북한이 29일 서해에서 저지른 무력도발은 어떠한 변명을 해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경비정은 이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우리 고속정에 ‘의도성 선제 공격’을 감행해 24명의 아군 사상자를 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인 동시에 그동안의 남북한 화해 협력 분위기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우선 모든 국민과 함께 국가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한 젊은 장병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북측의 군사도발이 어떤 배경에서, 또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것이든 우리는 북한에 대해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남쪽은 그동안 동포애와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북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정부는 앞장서서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면서 해마다 쌀과 비료 등을 보냈고 수많은 민간단체도 북한 주민을 돕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에 포탄세례로 우리에게 대답해왔다.

북측의 도발은 현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햇볕정책이 현실과 거리가 있음을 단적으로 입증했다. 북한의 개혁 개방과 남북한간의 화해협력을 도모한다는 햇볕정책에도 그들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햇볕정책의 영향으로 우리 군이 북한군의 잦은 NLL 침범에 너그럽게 대응토록 함으로써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을 뿐이다.

남북한은 6·15남북공동성명 발표 이후 6차례의 장관급 회담과 4차례의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여는 등 상당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북한 교류에 무성의했고 합의사항도 수시로 무시하던 북한이 이제는 무력도발까지 자행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북측은 전투 의사가 없던 우리 해군을 선제 공격해 놓고도 남측이 먼저 도발했다고 덮어씌우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더 이상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고도 철저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거처럼 남북대화가 어쩌느니, 북-미대화가 어쩌느니 하며 북측의 눈치만 보는 자세는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햇볕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서둘러 강조한 임성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발언과 국방부장관의 원론적 대북성명은 전사자 발생에 격분하고 있는 국민감정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걸맞지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역사적 월드컵 4강 진출로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인데 이에 동참하기는커녕 무력도발로 ‘찬물’을 끼얹는 북측의 이성 잃은 행동은 평화를 원하는 세계인의 용서를 받을 수 없다. 북한이 조금이라도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번과 같은 무력도발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은 물론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사과와 배상까지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외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