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기간에 어떤 불상사도 없었고 또 대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대구경찰청 박정식(朴正植·35·경감·사진) 특공대장은 29일 국내에서 치러진 마지막 월드컵 경기인 한국-터키의 3, 4위전이 끝나자 지난 한 달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대(對)테러 방지와 진압 업무를 수행해 온 그에게 지난 한 달간은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피말리는 순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울산에는 대 테러특공대가 없어 울산에 3차례 파견된 것을 포함해 월드컵 기간에 모두 7경기에 투입돼 대원들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10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미국전 때였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 테러의 주요 표적으로 떠오른 미국과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을 상대로 동시에 테러를 벌일 경우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다른 어느 경기 때보다 테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최고의 경계작전에 돌입한 것.
당시 그와 행동을 같이 한 대원은 33명으로 대회 시작 7개월 전부터 고된 훈련을 받아왔다.
“지상 56m 높이의 경기장 지붕에 투입된 대원들이 10시간 넘게 꼼짝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바람에 식사는 물론 용변도 비닐병 등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또 당시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10시간 이상 경기장 안팎에서 폭발물 설치 가능 장소에 대한 수색과 탐지 등의 활동을 벌이느라 대원들 대부분이 파김치가 됐습니다.”
단 한차례의 폭발사건이나 테러만 발생해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만큼 그와 대원들은 철통같은 완벽 경계와 테러 방지를 위해 두 눈을 부릅뜬 채 시선경계(視線警戒)를 펼쳤다.
이 바람에 대원들이 심지어 부인들로부터도 “왜 째려보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그는 “대회 후 눈이 튀어나올까봐 걱정된다”며 웃었다.
경찰대 6기 출신인 그는 “9·11테러가 터지기 30분 전 아들 준현이가 태어났으나 얼굴도 제대로 못 본 채 대구공항으로 투입돼 50일간 비상근무를 서기도 했다”며 “이래저래 테러 관련 업무와는 인연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