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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서해교전]"멀쩡하던 아들이…" 실신

입력 | 2002-06-29 19:49:00


29일 ‘서해 교전’으로 사망한 해군장병들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비보(悲報)에 땅을 치며 통곡했다.

“후원아 후원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북한군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서후원 하사의 경북 의성군 옥산면 전흥리 고향집에서는 아버지 서영석(徐映錫·49)씨와 어머니 김정숙(金貞淑·48)씨가 오후 2시경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거의 실신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머니 김씨는 “우리 후원이가 죽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 내 눈으로 아들을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며 통곡했다.

서씨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지난 설 때 휴가 나온 아들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서씨는 “후원이가 군대생활에 보람이 있다며 장기복무를 할 생각이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비통해 했다.

2남1녀의 장남으로 대구기능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7월 해군하사로 입대한 서 하사는 훈련을 나가거나 마치고 돌아오면 꼭 전화를 걸어 “제대하면 잘 모실 테니 농사는 조금씩만 하시라”며 부모님을 위로하던 효자였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서 하사의 집에 모인 주민들은 “그렇게 착하고 효자인 후원이가 사고를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서 하사의 집에는 서 하사의 부모와 할아버지가 사과농사 4000평을 지으며 살고 있다.

전사한 황도현 하사(22)의 아버지 황은태씨(56·경기 남양주시 별내면)는 “제 힘으로 대학까지 다니던 우리 아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며 오열했다.

군 당국으로부터 전사통보를 받은 유족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급히 달려갔으나 싸늘한 시신으로 누워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가족들은 황 하사가 숭실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이었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한 뒤 접시닦이와 공사장 인부 등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비를 벌어 다시 학교를 다녔지만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지자 99년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는 것.

황씨는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와 경기하던 날 도현이가 전화를 걸어 ‘아버지 우리가 해냈어요! 저도 열심히 근무할 테니 걱정 마세요. 나중에 꼭 잘 모실게요’라고 말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역시 이날 전사한 조천형 하사는 경기 평택시 안중면 금곡리 우림아파트 105동 303호에서 혼자 살아왔으며 17평형 임대아파트인 이곳에는 해군 2함대 사령부 소속 장교들과 하사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하사의 아파트 문은 굳게 잠겨 있었으며 집에는 아무도 없는 듯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금곡6리 최창섭 이장(49)은 “가구별 거주조사 할 때를 비롯해 여러 차례 조 하사를 본 적이 있다”며 “아직 젊은데 갑작스럽게 전사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조 하사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안중면사무소 등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묻는 등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포항〓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성남〓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평택〓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