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브라질-독일의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기 직전 히말라야 기슭 부탄의 수도 팀푸(해발 2550m)에서는 또 하나의 결승전이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 203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랭킹 202위 부탄과 203위 몬세라트가 ‘세계 꼴찌’를 면하기 위해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
후원사인 네덜란드의 광고회사 케셀스 크라머사는 30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들여 이 경기를 성사시켰다. FIFA로부터 정식 A매치로 인정받았으며 이긴 팀에는 후원사가 제공하는 트로피가 주어진다.
두 팀은 팀푸 인구의 절반가량인 1만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가진 뒤 대형 TV 앞에 나란히 앉아 진짜 월드컵 결승전을 지켜볼 예정이다.
티베트 감독 키엔츠 노부가 만든 영화 ‘컵’에서 히말라야 산골 수도승과 노승들이 나란히 앉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을 지켜보듯이.
부탄은 인구 205만명의 소국으로 2000년 FIFA에 가입했다. 대표팀 감독은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네덜란드 출신 아리 스칸스가 맡고 있다. 원래 대나무로 만든 활을 사용하는 궁술이 인기가 있지만 최근엔 축구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영국보호령인 면적 100㎢의 몬세라트는 한국의 안면도(118.7㎢)보다 작은 섬으로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는 8000명. FIFA 가입연도는 1996년으로 부탄보다 앞섰지만 1995년에 일어난 화산폭발 때문에 유일한 국제규모의 축구장이 아직도 화산재에 덮여 있다. 영국에서 전해진 크리켓이 인기스포츠다.
몬세라트 대표팀의 클로드 엠마누엘 호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또 하나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경기에서 이긴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g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