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고맙습니다.”대구〓특별취재팀
꿈은 끝났다. 아울러 18개월간의 기나긴 꿈을 꾸었던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감독도 이제 현실로 돌아갈 때가 됐다.
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꿈이었기에 깨기가 싫었을까.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보려는 듯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머물렀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행복해 했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황선홍과 홍명보를 관중 앞으로 데리고 나가 소개하며 박수를 보내 주기도 했다.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겠다’는 플래카드가 보이고 “히딩크! 히딩크!”라며 연호하는 거대한 팬들의 함성 속에서 그는 공손히 인사하며 입을 맞추고 답례했다. 그리고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당신들이 최고’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에서 “난 선수들과 함께 매일 잔디 위에서 호흡하고 싶다”며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클럽팀”이라고 밝혀 사실상 한국대표팀과 작별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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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가 끝났는데….
“오늘 경기는 반드시 이겨 우리 팀이 3위를 차지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전반전에 수비에서 몇 가지 큰 실수들을 했고 그게 ‘작은 결승전’에서 패하게 된 이유다. 하지만 후반전엔 항상 그랬듯 선수들이 대응을 잘 했고 거의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까지 갔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한국팀과 한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18개월간 아주 힘들었다. 하지만 나의 높은 수준의 요구를 선수들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고 협회에서도 많은 프로그램들을 소화할 수 있게 협조를 잘해 줬다. 사실상 2월부터 훈련에만 전념해 왔는데 이런 많은 것들이 이번 대회 성공의 원인이었다. 선수들은 월드컵을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큰 실수와 작은 실수들을 하면서 배워갔다.”
-한국팀이 성취한 것은….
“전세계에 우리 팀의 정신력을 보여준 점이다. 또 내가 생각한 축구들을 잘 실현해줬다. 끊임없이 공격하며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것과 즐기는 축구를 선수들이 터득해 보여줬다.”
-한국팀을 계속 맡을 것인가.
“계약은 끝났지만 지금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선수들과 함께 매일 잔디 위에서 일하고 싶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건 클럽일 수도 있다. 한국은 대표팀이었지만 아주 특수한 환경에 있던 상태라 매일 선수들과 같이 할 수 있었다.”
-팬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
“너무너무 열정적이었고 인상적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생활을 해봤지만 이런 사람들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오늘 경기를 봐라. 졌는데도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당신들이 최고’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