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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클린턴보다 위대?

입력 | 2002-06-30 19:03:00


‘난세(亂世)가 영웅(英雄)을 만든다?’

미국 켄터키 대학의 명예교수 아널드 루드위그 박사가 100년간 세계의 정치지도자 377명의 정치적 위대성(political greatness)을 계량화한 결과 위대한 지도자는 전쟁 등 난세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미국 대통령은 덜 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9일 소개했다.

루드위그 박사가 정치지도자들의 위대성을 측정하는 요소로 △건국 △국가 구원 △승전 △영토 확장 △경제 개선 △이념의 전파 △권력의 유지 △도덕의 구현 등을 들고 항목별로 점수를 매겼다. 몰가치적(value free) 계량화여서 지도자의 선악(善惡)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37점 만점에 17점을 받아 15점을 받은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보다 높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 대통령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아라파트 수반과 점수가 같았다.

높은 점수를 받은 지도자들은 히틀러(25점) 무솔리니(26점) 스탈린(29점) 마오쩌둥(30점) 등 전쟁시기의 지도자들. 미국 대통령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30점)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루드위그 박사는 “점수는 정치지도자의 개인적 덕목이 아니라 세계정치에 미친 파급효과를 고려해 계산됐다”며 “전쟁을 일으켰거나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지 않는 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루드위그 박사의 연구를 “뛰어난 개인이 역사를 만든다는 영웅이론(Great Man theory)에 바탕한 것”이라며 “이 이론은 개인보다는 정치체계에 의해 역사가 형성된다는 구조이론과 더불어 리더십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주제”라고 촌평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