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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국반환 오늘 5돌]경제추락에 빛잃은 ‘동양의 진주’

입력 | 2002-06-30 19:09:00



、동양의 진주’로 불리며 국가경쟁력 1위를 자랑했던 홍콩이 중국 반환 5년째(7월 1일)를 맞으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홍콩의 경제성장률은 올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실업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의 간섭이 늘어나면서 ‘1국 2체제’에 대한 믿음도 무너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격주간 경제지 포천은 최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개방 가속화로 홍콩이 중개지로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5월 말 현재 홍콩의 실업률은 사상 최악인 7.4%. 97년 주권 반환 당시 완전고용률에 가깝던 실업률(2.2%)이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

개인 및 기업의 파산 건수도 크게 늘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파산은 81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35건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9%.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가 줄었다.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기 직전 5년간 홍콩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7%. 그러나 97년 주권 반환 이후 5년간 경제성장 실적은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8%다.

경제성장이 더뎌지고 실업이 늘면서 5년 전 16,000선이었던 홍콩의 항셍(恒生)지수는 최근 10,600선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가격은 5년 전의 절반 수준.

이처럼 홍콩 경제가 악화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홍콩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국의 관문 및 중개지라는 홍콩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된 것도 주요인의 하나다.

홍콩의 정치적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97년 7월 중국이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반환 받으면서 부여한 지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특별행정구. 중국 정부는 당시 앞으로 50년간 홍콩인들이 사실상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고도의 자치’를 허용하면서 이를 ‘1국 2체제’라 불렀다.

그러나 홍콩인들이 현재 느끼는 것은 ‘1국 1체제’다. 홍콩에서 ‘1국 2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99년 6월의 거주권 파동 때. 당시 홍콩의 종심(終審) 법원은 “본토에서 출생한 홍콩 주민의 자녀들도 홍콩에 거주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으나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를 단번에 뒤집어버렸다.

이어 중국 정부는 홍콩의 언론기관에 “(독립을 요구하는 등의) 대만 기사를 일반 뉴스로 취급하지 말라”며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베이징 정부의 압력에 이제는 명보 등 대부분의 홍콩 언론들이 친(親)중국으로 돌아선 상태다.

점차 홍콩의 자치에 목을 죄어오는 중국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거의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고,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에 대한 해임권 역시 베이징 정부가 갖고 있다.

홍콩 주민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현재보다도 앞으로 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홍콩의 경제는 앞으로도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가중될 전망이고, 자치 역시 계속 약화될 것이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한 주민은 “5년 전 식민지를 청산하고 주권을 회복했다는 기쁨은 온데 간데 없고 지금은 중국 사회로의 편입이 가속화되는 데 따른 두려움만 남았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