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은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해교전으로 인해 “남북대화의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라고 30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30일 한국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은 북한 군부 내 강경파의 단독 소행으로 추정된다”면서 “최근 북한 김정일(金正日) 지도부가 국영 TV를 통해 남한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방영하는 등 화해적 분위기를 조성한 데 대해 군부 내 반발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LA 타임스는 30일 “이번 사건은 온건한 설득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김 대통령의 오랜 믿음을 손상시켰다”면서 “김대중 정부는 확고한 정치적 군사적 대응을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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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서울사무소장의 말을 인용해 “김대중 정부는 이번 사건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신뢰하지 않아 왔던 미국 측의 반응은 훨씬 복잡할 것”이라고 전했다.
MSNBC방송은 30일 세종연구소 백학순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해 “남한이 북한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비밀채널을 통해 사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BBC방송은 30일 “이번 사건은 그동안 포용정책을 주장해 왔던 김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잠을 깨우는 전화(Wake-Up Call)’가 됐다”면서 “햇볕정책에 많은 것을 투자했던 민주당은 가뜩이나 대선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 아사히(朝日),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등 주요 일본 신문들은 교전이 우발적으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계획적인 공격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면서 △어업권 확보 △3년 전 ‘충돌’ 때 한국군에 ‘참패’한 데 대한 보복 △한국의 월드컵 성공 및 탈북자 속출과 관련한 북한내부 단속을 도발의 3가지 원인으로 추정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교전 사실을 긴급 뉴스로 보도하기는 했으나 북한 측 주장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등 북측에 유리하게 편향적으로 전했다.
이 통신은 “남북한이 교전에 대해 서로가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남한 측이 먼저 도발했다는 북한 측 주장을 먼저 중점적으로 보도한 뒤 남한 측의 주장을 나중에 언급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