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호 예정대로 금강산行 - 김창혁기자
정부가 ‘6·29’ 서해교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월드컵 폐막을 앞둔 시점에 발생한 것도 문제지만, 햇볕정책이 추진된 이후 우리 군이 일방적으로 명백한 피해를 본 사실상 최대의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충격이 작지 않다. 따라서 북한 측의 책임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을 경우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북한 측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책임추궁에만 매달려 남북대립 구도가 지속될 경우 현정권 임기 내에 평화체제의 기반을 구축하려던 정부의 구상은 물거품이 되고, 장기적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정부 측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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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에서도 이 같은 엇갈리는 인식 때문에 강경대응론과 대북포용 지속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방부 등 안보관련 부처 내부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반복되지 않도록 차제에 금강산관광 중단 등 강경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일방적인 회담무산이나 도발에도 불구하고 ‘현금수입’을 안겨주는 금강산사업 등 남북경협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북한에게 ‘일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논거다.
반면 통일부와 경제부처 등은 ‘짚을 것은 짚되 대화와 교류협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강산관광이나 남북경협이 이미 단순한 남북 양자관계의 차원을 넘어서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인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정부가 관광을 중단시키고 남북경협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할 경우 외국투자자들에게 한반도가 정말로 위기상황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을 주게 된다는 게 이런 논리의 바탕에 깔려 있다. 외국기업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우리 증시가 폭락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부메랑이 돼 주름살을 안길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 부처간에 상황 인식 및 대응방안에 차이점을 보이자 정부는 일단 단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 아래 긴급 의견조율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참여 부처를 중심으로 대책 협의를 가진 데 이어 1일에는 민주당과의 정책협의를 통해 대북 대응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반적 기류는 일단 이번 사태의 후유증으로 남북관계가 다소 정체되거나 ‘햇볕정책’의 추진이 주춤하더라도 북한에 대해 ‘안보문제는 안보 측면에서 엄격히 대응한다’는 우리 측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 쪽 공감대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