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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해도발]軍 "설마…" 긴장끈 늦춰 禍 자초

입력 | 2002-06-30 19:25:00

'부대 복귀' - 원대연기자


서해교전에서 우리 해군이 25명의 사상 및 실종자를 내고 ‘참패’한 주원인은 북한 경비정의 기습 선제공격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그간 북한 경비정의 잦은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안일한 대처로 일관한 군 당국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53년 정전협정 직후 설정된 NLL은 사실상 해상의 ‘남북 군사경계선’으로 북한도 이를 묵시적으로 인정해왔다. 따라서 전시나 평시를 막론하고 이를 침범하는 것은 ‘도발 징후’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매년 5, 6월 꽃게잡이철이면 북한 경비정들은 수시로 NLL을 침범했다가 해군 고속정의 대응 출동에 북으로 되돌아가는 ‘술래잡기’를 계속해왔다. 올해에만 침범 횟수가 14차례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군 당국이 북한 경비정의 잦은 침범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는 ‘중대 사태’로 인식하기보다 ‘연례 행사’로 여겨 긴장의 고삐를 늦췄다는 점이다.

실제로 합동참모본부는 2주 전쯤 99년 연평해전 이후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크게 줄고 대부분 조업 중인 북한 어선의 단속을 위한 ‘단순 침범’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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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교전 사태로 합참의 정보 분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NLL을 침범하는 북한 경비정에 대한 정확한 식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교전에 참가한 북한 경비정은 85㎜포 등으로 중무장한 SO1급 ‘등산곶 경비정’이다. 해군 관계자는 “NLL 침범의 주범이었던 ’청진급 경비정‘에 비해 위력과 화력면에서 월등한 북한 경비정이 출현했는데도 대응과정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군 수뇌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선제공격을 감안해도 아군 측의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와 적 함정을 그대로 돌려보낸 ‘작전 실패’의 책임까지 면하기는 힘들다는 게 군 내부의 중론이다.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과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국방위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