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는 않겠다.”
그에게는 의지가 있었다. 브라질의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26)는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아픈 기억이 있다. 4년 전 독감으로 병원 신세를 진 끝에 억지로 출전한 결승에서 홈팀 프랑스에 0-3의 완패를 당하고 눈물을 흘렸던 일. 이후 호나우두는 선수 생활을 끝낼지도 모르는 두 차례 치명적인 부상을 겪었지만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기적같이 부활했다.
월드컵 트로피를 향한 그의 집념은 끝없이 타올랐다. 그리고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그의 희망과 의지는 현실이 됐다. 호나우두는 역사를 다시 썼다.
이번 월드컵은 호나우두를 위한 무대였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그 동안 참아왔던 골들을 마음껏 터뜨렸다. 그의 득점 감각은 최고조였고, 그가 보여준 화려한 개인기에는 ‘현존하는 축구의 황제’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았다.
골 냄새가 있는 곳에는 호나우두가 있었다.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후반 22분 기록한 골은 세계 최고라는 그의 반사적인 골 감각을 보여준 본보기였고, 12분 후 오른발로 뽑아낸 득점은 문전에서 당황하지 않는 스트라이커의 기질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 골은 호나우두에게 월드컵 트로피와 득점왕 타이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안겼다. 호나우두는 독일과의 결승에서 ‘마의 6골’을 2골이나 뛰어넘었다. 74년 서독월드컵에서 폴란드의 그제고쉬 라토가 7골로 득점왕에 오른 후 98년 프랑스대회까지 24년간 월드컵에서 6골 넘게 넣은 선수가 없었다. 호나우두는 월드컵 역사에 그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17세에 이미 브라질의 ‘카나리아 유니폼’을 입은 호나우두는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도 브라질 대표로 선발됐지만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는 호마리우와 베베토에게 내줘야 했다. 벤치에서 우승컵을 안은 호나우두는 96년과 97년에 사상 최연소로 2년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선수’에 뽑히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호나우두는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주전 골잡이로 다시 한번 월드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실패, 이번 3번째 도전에서 기어이 스스로의 힘으로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는 꿈을 이뤘다.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슈의 주인공이 된 호나우두는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골든볼(최우수선수) 수상자 후보로 떠올랐다.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