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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日 대중문화 전면개방 돼도 괜찮다

입력 | 2002-07-01 17:38:00


2002 한일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도 16강 진출이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한국은 세계를 놀라게 한 4강 신화를 만들어냈고 붉은 악마의 함성이 대회 마지막까지 울려 퍼지는 등 일본이 한국을 부러워한 것은 사실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대회는 한일 공동 개최라는 특성상 현해탄을 오가며 대회가 치러졌고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월드컵으로 얻게 된 경제적 이익이 수십조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고,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국민들이 일을 안 하는 바람에 오히려 경제에 손실이 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축제였다.

월드컵 소식에 묻혀 가볍게 다뤄졌지만 곧 일본의 대중문화가 한국에 전면 개방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다. 성공적으로 한일 월드컵을 치러서일까? 그동안 교과서 문제나 종군 위안부 문제 등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들 때문에 부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던 일본문화에 대한 개방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사실 우리 대중문화계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해 환영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본 대중가요와의 표절시비에 여러 차례 휩싸였던 가요계는 가뜩이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음반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될까 걱정했었다. 드라마나 오락프로 PD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 방송국의 프로그램 개편 때가 되면 쇼·오락 프로그램 담당 PD들은 일본 출장을 가곤 했다. 한동안 일본에 머물면서 그들이 하는 일은 일본의 민영방송에서 만든 각종 오락 프로그램들을 보고 오는 것. 실제로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방송을 보면 오락 프로그램들이 일본 것과 너무도 흡사해 놀라곤 한다.

더구나 일본드라마에는 선정적 장면이 자주 등장해 무분별하게 수입될 경우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일본 문화의 전면적 대중문화 개방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화 시대에 특정 나라의 문화를 제한적으로 수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많은 연예인들이 일본에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으며 활동하고 있고 일본의 여배우가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배워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MBC가 방송한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Friends)’에 출연했던 원빈은 일본에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보아’는 일본의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대형 빌딩에 그녀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리기도 했다. 탤런트 윤손하가 진행하는 한국어 배우기 프로그램이 일본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고 ‘쉬리’나 ‘친구’ 등 한국에서 히트한 한국 영화에 일본 관객들이 모이고 있다.

이제는 일본 문화가 전면 개방돼도 괜찮다. 물론 폭력적이고 선정적 작품들은 현명하게 선별적으로 걸러내 수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 축구가 4강에 올라간 것을 일본이 부러워하듯이제는 한국 문화의 유입을 일본이 두려워할 정도로 우리 문화의 수준도 선진화돼야 할 것이다.

김영찬·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