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군합동조사반 현장 조사 - 원대연기자
서해교전에서 북한 경비정의 선제공격으로 아군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과 관련, 우리 군 대응의 적절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 경비정의 귀환 ‘방치’ 및 정보 판단 문제〓교전 직후 군 관계자들은 우리 초계함이나 전투기가 계속 따라붙어 사격하면 침몰시킬 수 있었지만, 확전(擴戰)을 우려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도주하는 북한 경비정에 대한 격침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먼저 도발을 일으켜 24명이나 되는 아군 사상자를 낸 적선이 다시 NLL을 넘어 귀환토록 내버려둔 것은 군의 ‘작전 실패’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군 수뇌부가 월드컵대회와 햇볕정책을 의식해 응징을 외면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합참은 또 북측의 기습 도발에 대한 예측이 힘들었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교전 직전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을 ‘단순 월선’으로 판단한 군 당국의 허술한 정보 판단능력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교전 사흘 전부터는 북한 경비정이 연일 NLL을 침범했는데도, 군 당국이 이 같은 이상징후를 간과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즉, 북한 경비정의 잦은 NLL 침범이 우리 측의 경계태세를 탐색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고 만반의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전이 발생한 지난달 29일에는 평소와 달리 중무장한 ‘SO1급’ 북한 경비정 두 척이 NLL을 침범했는데도, 군 당국이 평소처럼 고속정만을 내보내 대응토록 한 것이 결정적 실수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고체계와 보고시점〓이번 사태처럼 적의 선제공격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현장의 고속정 편대장(소령급)이 발포권을 갖게 된다. 우선 긴급대처를 한 뒤 상급부대에 사후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교전 발발시 다른 고속정과 초계함 등을 추가로 현장에 투입하는 권한은 함대 사령관(소장급)에게 주어진다. 선제공격 등 위급 상황이 아닐 경우 적 함정에 대한 발포권은 함대 사령관급 이상의 상급 지휘자에게 주어지며, 공군력의 투입 결정은 함대 사령관의 건의를 받아 합참 작전본부에서 검토해 결정하게 된다.
NLL 이북으로 달아난 적 함정에 대한 발포권은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결정토록 돼 있다.
교전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9일 오전 10시25분이었고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과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이 보고를 받은 것은 10시30분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성준(任晟準)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은 “10시50분이 넘어 사건이 종료된 뒤 국방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작전권자와 문책론〓군 최고 수뇌부가 보고를 받은 시점으로 미뤄, 아군의 대응강도는 최종적으로 군 수뇌부의 판단에 따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남신 합참의장은 교전 직후 국회 국방위에 출석, “전면전으로 확전될 것을 우려해 북 함정에 사격하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합참 측은 1일 “북한 경비정이 10시50분경 NLL을 넘어 북상함에 따라 함대 사령관이 제반 상황을 판단해 10시56분경 사격을 중지시켰다”며 “전투상황에서의 사격중지 명령은 현장 지휘관의 고유권한이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김동신 장관과 이남신 합참의장을 문책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선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자진 사퇴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문책은 전적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으나, 청와대 측의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이들 고위관계자에 대한 정치적 문책과는 별개로 실무적인 문책은 이번 사태에 대한 종합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에 대한 정밀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과정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을 경우엔 군 관계자들에게 실무적인 책임을 묻기 곤란한 측면도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